현대의 독재자들은 왜 권력 세습에 집착할까. 나라에 따라 전문가들의 해석이 다양하다. 이집트 '알아흐람 위클리'의 워싱턴 특파원을 지내고 유엔 라디오방송국장을 지낸 아이만 엘 아미르는 독재자의 심리적 측면에 주목한다. 쿠데타, 적국과의 전쟁(이집트), 자원 내전(콩고민주공) 등 예외적 상황에서 권력을 잡은 통치자들은 자신이 '국가의 운명을 걸머지도록 선택받은 자'라는 착각에 빠진다. 독재에 기생하는 권력층 '이너 서클'은 독재자에게 '당신만이 국가를 위기에서 구할 수 있다'는 과대망상을 끊임없이 불어 넣는다.

독재자는 다양한 적들에 맞서 모든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권력을 놓아선 안 되겠다는 자기 확신에 빠진다. 언젠가 다른 누군가 자기 대신 권좌에 오르면 자신의 악행과 범죄를 파헤칠지 모른다는 공포도 싹튼다. 가장 믿을 수 있는 존재인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주고 싶은 권력 세습의 유혹에 빠지는 것은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역사적 배경도 요인이 될 수 있다. 미 메릴랜드대 루이스 캔토리 교수는 2002년 논문에서 "지방분권적 오토만제국 이후 중동은 무카바라트(비밀경찰)를 도구로 권력을 유지하는 통치계급이 시민사회와 분리돼 존재하는 경향을 보였다. 권력이 한 세력에서 다른 세력으로 이전되는 것이 아니라 통치계급 내에서 승계되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런던 정경대 프레드 할러데이 교수는 2000년 저서에서 "중동에서 정치 현상으로 '왕조 문화'가 득세하는 것은 사회주의에 기반을 둔 아랍민족주의가 (군사적으로) 이스라엘에 패배하고 (경제적으로) 약속했던 번영을 이루지 못한 데서 오는 반작용"이라고 봤다. 실패한 공화정 체제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이 시민의 정치적 무관심을 조장해 억압적 장기 독재가 유지될 환경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이집트, 시리아, 리비아 등은 모두 과거 아랍민족주의가 득세했던 나라들이다. 특히 시리아는 여전히 '아랍은 하나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바트당이 집권하고 있다.

'자원의 저주'도 원인으로 꼽힌다. 150년간 벨기에의 지배를 받았던 콩고민주공은 세계 전체 매장량을 기준으로 코발트의 절반, 다이아몬드의 30%, 콜탄(휴대전화의 필수 재료)의 70%를 갖고 있다. 유럽 열강과 우간다·르완다 등 주변국은 이 자원을 지배하기 위해 내전을 조종하고 부추겨왔다. 이란과 접경한 아제르바이잔의 경우, 미국영국이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출발하는 세계 최장(1760㎞) BTC 송유관에 지배적 지분을 갖고 있다. 미국과 서방에 원유를 공급하는 핵심적인 비중동권 에너지원이다.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은 서방과의 에너지 관련 '빅 딜'을 지휘한 아제르바이잔 국영 석유사 경영진 출신이다. 서방국가들이 목소리 높여 민주화를 요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1991년 독립과 더불어 집권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영구집권과 권력 세습의 길을 걷고 있는 카자흐스탄 상황도 비슷하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소련 연방 붕괴 뒤 핵무기를 해체하는 과정을 투명하게 지휘하며 서방 국가들과 신뢰관계를 쌓았다. 카자흐는 또 추정매장량 300억배럴을 보유한 석유대국이다. 중동 밖 에너지원 개발에 목을 매고 있는 서방 국가들 입장에선 불안한 민주주의보다 안정적 철권통치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