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지 벌써 2년이 지났지만 세계 경제는 아직도 그 어두운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괜찮아지나 싶으면 유럽이 흔들리고, 경기가 회복된 건가 마음을 놓으면 여지없이 부진한 기업 실적과 경기 지표가 쏟아진다. 도대체 세계 경제는 언제쯤 예전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까.

답답한 경제 환경은 역설적으로 평소 경제와 담을 쌓고 지내는 사람들까지도 경제 문제에 관심을 갖게 한다. 특히 미래의 빛이 쉽게 보이지 않을수록 지금의 모습을 태동시킨 과거 경제에 대한 궁금증은 커지기 마련이다.

블룸버그

최근 출판된 '금융의 지배'와 '세계를 움직인 돈의 힘'은 금융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인류 역사를 거치며 금융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세계적 금융 가문이나 기업들은 어떻게 성장하고 무너졌는지를 고찰한다. 이를 통해 금융을 주요 축으로 발전한 글로벌 경제가 앞으로 어떤 그림을 그릴지 실마리를 찾아보자는 의도다.

세계적인 경제사학자 니얼 퍼거슨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쓴 '금융의 지배'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시절부터 최근 미국과 중국 상황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금융사를 기술한다. 퍼거슨 교수는 이 책에서 현대의 금융 세계는 지난 4000년간 이뤄진 경제적 진화의 산물이라고 분석한다. 화폐가 등장하면서 은행이 생겼고 이로 인해 차입과 대출 행위가 확산됐으며, 이후 13세기 채권 시장, 17세기 기업 주식 시장, 19세기 파생 상품 시장 등 시기별로 새로운 금융시장이 급속하게 진화·발전해왔다는 것이다. 가정에서 빚을 내서 집을 마련하는 부동산 중심의 자산구조는 20세기에 정립된 것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퍼거슨 교수는 이런 커다란 흐름 속에서 채권, 주식, 보험, 부동산, 국제금융 등 금융시장별로 성장과 쇠퇴의 역사를 설명한다. 또 금융상품의 발전은 인류 역사 발전에 큰 역할을 했지만, 반대로 글로벌 경제위기를 촉발시켰으며, 최근에는 달러화 약세, 중국의 급부상, 불투명한 유럽의 미래 등 새로운 지형도를 그려내며 여전히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독일 유력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등에서 일하는 기자들이 함께 쓴 '세계를 움직인 돈의 힘'은 근대 이후 세계사를 뒤흔든 21개 금융 명가(名家)들의 일대기를 다룬다. 재력을 기반으로 왕조에 버금가는 권력을 누린 금융 가문들의 흥망성쇠를 재구성하고 있다. 때론 치밀한 전략으로, 때론 교활한 음모나 탐욕으로 명멸(明滅)한 금융 가문들을 통해 금융자본주의 이해의 실마리를 던져주려는 의도다.

저자들은 역사적으로 금융 왕조의 원형은 르네상스 시대 메디치 가문이라고 소개한다. 당시 메디치 가문은 왕조에 가까울 정도로 영향력을 가졌으며, 미켈란젤로 등 유명 예술가를 후원하며 유럽에서 명성이 높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권력에 대한 열망은 커졌고, 이는 역설적으로 몰락의 계기로 작용했다고 진단한다.

금융 가문 명멸의 역사는 이후 벨저 가문 등을 거치며 반복됐으며, 시간이 흐르면서 미국의 모건·록펠러 등 영향력이 막강한 새로운 금융 왕조가 형성됐다. 대형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금융 왕조들조차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게 된 이후에는, 금융 왕조 자리에 거대한 주식은행들이 대신 들어서게 되는 변화에도 주목한다. 이 외에도 권력과 결탁해 오랫동안 영향력을 행사하다 투자 실패로 몰락한 베어링 가문과 프랑스의 라자르 가문, 일본의 미쓰이 가문 등 다양한 금융 가문들의 이야기를 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