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공동체가 온전하게 존속하고 발전하려면 최소한의 가치들은 서로 공유해야 한다. 그런 가치들을 만들고 가다듬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역시 '공동의 고전'을 갖는 것만큼 효과적인 길은 없겠다. 이 책은 미국의 출판사 편집자이자 작가인 저자가 할머니 서재에서 발견한 '하버드 클래식' 51권을 1년 동안 읽어내려간 기록이다.

'하버드 클래식'은 남북전쟁부터 1차세계대전 직전까지 40년 동안 하버드대 총장으로 재직한 찰스 윌리엄 엘리엇이 주창하고 그 목록을 만들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 고전들이 하버드 학생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일반인들의 교양수준을 높이는 데 그 목적을 두었다는 점이다.

제1권은 벤저민 프랭클린의 '자서전', 존 울먼의 '일기', 윌리엄 펜의 '고독의 열매'를 담고 있다. 저자 자신도 울먼이라는 무명 퀘이커교도의 작품이나 펜의 작품이 전집의 첫 번째 권에 포함된 이유가 궁금했다. "엘리엇은 왜 이런 식으로 시작했을까?" 추적해 보니 엘리엇의 잘못이 아니었다. 출판사 측에서는 가능하면 독자들이 갖고 있지 않을 것 같은 책들을 억지로 목록에 추가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일이었다. 물론 이를 사후에 승인한 엘리엇에게도 책임은 없지 않다.

그러나 플라톤의 '변론' '크리톤' '파이돈' 등이 포함된 제2권을 보면 이런 우려는 사라진다. 고대 그리스 로마부터 영미권과 스페인어권까지 골고루 고전들이 선정됐다. 논어, 불교경전, 코란도 부분적으로나마 포함돼 있다.

물론 20세기 초 미국적인 교양인을 만들기 위한 목록이 곧바로 우리에게 도움을 주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책을 읽어가면서 줄곧 드는 바람의 하나는 21세기 한국의 고전목록을 만들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것을 통해 앞으로 한국을 이끌어나갈 교양있는 인재들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