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4년 만에 열겠다고 한 제3차 노동당 대표자회의 개막 시기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상태에 달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북 라디오 매체 열린북한방송의 하태경 대표는 8일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 "김정일 몸 상태가 좋은 날을 고르다보니 당대표자회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며 "북한이 개최 시기를 구체적으로 못박지 않고 '9월 상순'이라고 모호하게 통보한 것도 김정일 건강이 언제 가장 좋을지 점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북한은 당대회(전당대회에 해당)나 당대표자회(임시 전당대회 격) 같은 주요 당 행사가 있을 때면 사전에 행사 일정을 대내외에 알렸다. 통일부에 따르면 1980년 10월 10일 개막한 제6차 당대회의 경우 개막 20일 전인 9월 20일자 노동신문에 일정이 공개됐다. 1970년 11월 2일 개막한 제5차 당대회도 마찬가지였다. 개막 22일 전인 10월 11일자 노동신문에 일정이 나왔다.
1966년 10월 5일 개막한 제2차 당대표자회의 경우 신문을 통해 밝히진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일정에 관한 정보가 충분히 공유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번 당대표자회의 경우 북한 내부에서도 개막일을 놓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고 대북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다.
현재 김정일은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초대소(별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안보 부서 당국자는 "지난달 말 4박5일 일정으로 중국을 다녀온 것 자체가 김정일에겐 체력적으로 상당한 부담일 것"이라며 "충분히 쉬었다고 판단될 때 당대표자회가 열릴 것"이라고 했다.
김정일이 당대표자회에 참가하려면 상당 수준의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노동당 총비서 자격으로 반드시 행사장에 출석해야 하는 김정일은 하루에 최소 5시간씩 수천명의 지방당 대표들과 방송 카메라 앞에서 꼿꼿하게 앉아 있어야 한다. 김일성 전 주석처럼 1~2시간짜리 기립 연설까지 할 경우 더 많은 체력이 필요하다.
이런 가운데 조선중앙통신은 8일 0시 22분 김정일이 제963군부대 예술선전대의 공연을 관람했다고 보도했다. 방중(8월 26~30일) 이후 처음 나온 김정일의 근황이었다. 제963군부대는 김정일 일가의 경호를 맡는 호위사령부의 단대호(單隊號·노출을 꺼려 숫자로 표시한 부대명)로 김정일은 이 부대 공연을 올해에만 세 차례 관람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김정일의 공연 관람은 피로 회복이나 기분 전환 용도"라며 "멀리 가지 않고 쉬던 곳에서 경호원들 재롱잔치를 보며 컨디션 조절을 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