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그룹 사옥이 있는 롯데백화점 본관 1층에 정장을 한 새내기 사원 박은진(22)씨가 들어섰다. 박씨는 "내일이 첫 출근인데 미리 길도 익히고, 몸담을 직장을 둘러보고 싶어 왔다"고 했다.

지난달 20일 경남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박씨는 재학 중 57개 전 과목에서 모두 A+ 학점을 받는 진기록을 세웠다. 박씨는 단 한 차례의 결석도 없이 전 학년 내내 전액 성적우수 장학금을 받았다.

‘만점 졸업’으로 올해 롯데그룹에 특채로 입사한 박은진씨가 첫 출근을 하루 앞둔 5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에서 신입 사원의 각오를 다졌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박씨가 '만점 졸업'했다는 소식을 전한 지방지 기사를 보고 박씨를 수소문해 특별채용했다. 롯데그룹 인사담당자는 "박씨는 성적도 출중했지만 한 번도 결석하지 않은 성실함과 어려운 형편에도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보여줬다"며 "롯데그룹이 특채 형식으로 대졸 신입사원을 뽑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박씨 아버지는 박씨가 초등학교 4학년이던 1998년 경제위기 때 실직한 뒤 생계를 위해 경남 창원에 떡집을 열었다. 어머니는 사업을 하는 아버지를 뒷바라지하다 쓰러져 한 달간 입원하기도 했다. 박씨 아버지는 박씨가 고교 1학년이었던 2004년 가래떡 만드는 기계에 손이 끼여 왼손을 잃었다. 떡집은 문을 닫고 박씨가 아버지 병간호를 해야 했다. 박씨 아버지는 보험도 가입하지 않아 상해 보험금도 받지 못했다. 고3이던 오빠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도왔다.

2007년 박씨는 서울의 한 대학에 합격했지만, 매학기 전액 장학금을 받을 수 있을지 확신이 없어 입학을 포기했다. 박씨는 "등록금도 등록금이지만 생활비를 마련할 길이 없어 서울 진학을 접었다"며 말끝을 흐렸다.

대신 박씨는 경남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박씨는 "대학 생활을 시작하며 수업에 한 번도 빠지지 않기로 원칙을 세웠다"고 했다. 박씨는 "2학년 때 계단에서 넘어져 병원에 하루 입원해 수업에 빠질 수밖에 없었는데 마침 학교 행사로 수업이 휴강돼 '전출'(전 수업 출석)이 가능했다"며 웃었다. 그는 방학 때마다 아르바이트해 생활비를 벌었고, 한 학기에 수강할 수 있는 최대 학점(21학점)을 신청해 7학기 만에 졸업학점(140학점)을 넘겨 졸업했다. 박씨는 그 흔한 어학연수나 배낭여행 한 번 가보지 못했다. 대신 교생 실습을 포함한 교직을 이수했고, 대학 법학연구소에서 주관하는 노사인증협력과정도 수료했다.

박씨는 "만점 졸업했다는 기사가 나왔을 때 인터넷에는 '그래 봤자 지잡대(지방의 유명하지 않은 대학이란 뜻)'란 댓글이 수십 개가 올라왔다"며 "학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본인이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지방대 출신은 안된다는 생각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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