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알코올중독인지 아닌지를 판단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알코올중독에 걸리면 네 가지를 잃는다. 일하는 능력, 가족, 건강, 영성(魂)이다. 알코올중독을 판단하는 기준은 사회에서 요구하는 역할모델을 얼마나 수행할 수 있느냐다. 알코올로 인해 학생이 공부에 지장을 받거나, 직장인이 업무를 이어나갈 수 없다든지, 가정에서 남편·아버지로서의 구실을 못하고 있다면 중독 증상으로 봐야 한다."

알코올중독에도 정도가 있지 않나.

"알코올중독은 크게 5단계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술로 인해 신체적·사회적 결함이 발견되는 시점부터다. 위장, 간이 좋지 않아 병원에 드나들기 시작하다 어느 날 갑자기 피를 토한다든지, 손이 떨린다든지 해서 응급실에 끌려오게 되는 것이 1차적 단계다. 사회적으로는 음주가 잦은 폭행으로 번지거나, 음주운전 등으로 사회적 귀감이 되지 못할 때다.

△두 번째 단계는 가정·사회 파탄 단계다. 음주로 인해 가정이 파괴되거나 직장에서 해고되는 등 사회적 역할수행 불능자가 되었을 때를 말한다. 대개 이때 배우자가 떠나간다.

△셋째는 알코올중독자 아버지로 인해 혼삿길이 막히는 등 자녀들의 앞길이 망가지면서 자식들이 떠나는 단계다.

△넷째는 신체 장기가 망가져 가는 단계다. 간경화나 위에 구멍이 나거나 한쪽 팔이 마비되는 편마비, 복수가 차는 증상 등이다. △마지막 단계는 알코올성 치매 단계다. 알코올성 인지장애가 발전하면서 모든 기억을 잃게 된다."

환자들은 대개 언제쯤 병원 문을 두드리나.

"두 번째 단계에서 많이 찾는다. 직장에서 해고당하고 부인이 포기해 떠나면서 가정이 파괴되는 시점이다. 자녀들 손에 끌려오는 환자도 있고, 부모님 손에 끌려오시는 분도 있다. 의사와 첫 대면 시 가족들이 크게 싸우는 경우가 많다. 환자가 병을 인정하기 않기 때문이다. 우리 병원에 입원하는 환자 중 80% 이상은 자의가 아닌 타의로 온 사람들이다."

알코올성 질환 치료의 핵심은 무엇인가.

"조기발견, 조기치료, 재활 세 가지이다.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알코올성 질환은 완치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조기발견해 조기치료했다면 가장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어느 정도 진전된 상태라면 재활에 힘을 써야 한다. 알코올 환자를 취업시켜 생계를 보장해주는 제도적 장치도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