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재 시인·한국언론인협회 이사

지난달 29일 일요일 뉴스는 시원했다.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자진 사퇴했고 뒤 이어 신재민, 이재훈 후보자도 사퇴했기 때문이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나고 인준 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후보자가 사퇴한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그동안 국민들을 매우 답답하게 했지만 본인들이 사퇴 결단을 내려 신선한 느낌까지 주었다.

공직 후보자로 지명된 인물 가운데 몇 사람은 법률위반, 비리, 뇌물 혐의에 대해 청문회장에서 머리를 굴려 변명하는 꼴이 애처로워 보였다. 아직도 위법한 행적이 탄로날 것이 두려운 사람이 있다면 더 늦기 전에 자진 사퇴하는 것이 옳다.

우리 국민은 지난 DJ 정권 이후 소위 '잃어버린 10년'을 회상하게 된다. 과거 청문회에서 장상, 장태환 총리 후보자는 혐의가 문제 됐으나 두루뭉수리로 어물쩡 넘기려고 했다. 그러나 장본인들은 계속되는 여론의 질타와 언론의 화살을 맞고 공직에 오르지 못했다. 또 과거에도 몇몇 공직후보자는 최고 권력자의 비호를 받으며 차지한 공직을 한사코 버티었지만 부도덕하거나 위법적인 행적을 씻지 못하고 끝내 물러났다. 본인 혼자 참회의 눈물로 끝난 것이 아니라 검찰의 수사를 받는 모습을 국민들은 지금껏 기억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정치권은 크게 반성해야 한다. 우선 오물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만 나무라는 격이 돼서는 안된다.

청문회에 나온 일부 의원의 행적을 되새겨 보자. 어떤 의원은 국민의 혈세를 쓰며 해외 골프를 다녀왔고, 신성한 국회 건물을 파괴하거나 동료 의원을 폭행하는 등 국제적으로 국가 위신을 추락시켰다. 그들의 행동은 이번 사퇴한 세 공직 후보자보다 결코 못하다고 보지 않는다.

공직 후보자와 청문회 질의자는 사전에 세종대왕과 이순신 동상이 있는 광화문 광장이나 국립묘지에 가서 깨끗한 정치인 되기를 머리숙여 맹세 하기를 권고한다. 그 자리에서 나는 과연 깨끗한 정치인인가. 나는 거짓 애국자가 아닌가. 나는 말로만 국민을 거론하고 나와 가족의 이익만 챙기지 않았는가. 나의 언행이 이적 행위가 되지는 않았는지 등을 새삼 되돌아 봐야 한다.

이번 사퇴 소동을 계기로 여야 정치인은 깨끗한 정치 환경 조성을 위해 보다 합리적인 청문회 관련 법규를 제정하기 바란다. 지금 한국의 젊은이들은 국제 무대에서 페어 플레이를 통해 태극기를 빛내고 있다. 정치인들은 이런 후진들을 두려워하고 부끄러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