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46용사 중 한 명인 고(故) 정범구 병장이 두 살 때인 20년 전 어머니와 이혼했던 아버지 정모씨가 최근 보훈처에서 정 병장의 사망보상금을 받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보훈처는 1일 "정 병장의 아버지 정씨가 지난달 정 병장의 사망보상금 2억원 가운데 50%인 1억원을 받아갔다"고 밝혔다.
정 병장의 이모부 송모(49)씨는 "범구 아버지는 범구가 두 살 때 이혼했고 그 뒤로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며 "이번에도 가족들에겐 얼굴도 보이지 않고 보훈처에서 돈만 타갔다"고 말했다. 송씨는 "정씨는 범구 어머니와 같이 살 때도 생활비를 준 적이 없는 것으로 들었다"고 주장했다.
정 병장의 어머니 심복섭(49)씨는 보훈처에서 아들의 사망보상금을 절반인 1억원밖에 받지 못했다. 심씨는 사망보상금 2억원 모두를 달라고 요구했지만 보훈처는 현행법상 아버지 정씨도 돈을 받을 자격이 있다며 거부했다고 한다. 군인연금법(3조)상 사망보상금을 받는 유족의 범위에 군인의 '부모'가 포함돼 있으며, 이혼을 했더라도 정씨는 정 병장의 친부여서 '유족'이라는 것이다.
정 병장의 아버지 정씨는 지난달 국민 성금 381억7000만원을 모아 46용사 1인당 5억원씩을 유족들에게 나눠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도 정 병장 유족 몫 성금의 절반을 지급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부모 양쪽의 동의가 있어야 성금을 내줄 수 있다며 지급하지 않았다.
심씨는 최근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보훈처에 탄원서를 내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국민신문고는 '현행법상 (이혼한 부부라 하더라도) 아버지 정씨는 보상금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회신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심씨는 지난달 18일 정씨를 상대로 20년간 정 병장을 양육한 비용을 청구하는 소송을 수원지법에 냈다. 정 병장의 이모부 송씨는 "법이 뭐가 잘못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버지 정씨는 "문제될 게 없다. 받은 돈은 개인적으로 쓰지 않고 모두 (천안함) 추모공원 건립비용에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천안함 46용사인 고 신선준 상사도 두 살 때 아버지와 헤어진 생모가 28년간 연락 한 번 없다가 지난 6월 초 상속권을 주장하며 사망보상금 가운데 1억원을 받아갔다. 신 상사 아버지 신국현(56)씨는 지난 6월 10일 수원지법에 생모를 상대로 상속 제한 소송을 내 재판이 진행 중이다.
☞상속권
상속권이란 사람이 사망했을 때 그가 남긴 재산을 승계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따로 유언이 있지 않으면 민법상 상속을 받을 수 있는 순위는 정해져 있다.
배우자와 자녀가 1순위이다. 자녀가 없을 때는 배우자가 단독으로 상속받고, 배우자마저 없을 때는 손자·녀 등 다른 직계비속이 다음 순위가 된다. 직계비속이 없을 경우엔 부모(직계존속)가 절반씩 상속을 받게 된다. 상속권은 이혼 여부나 부양 여부와 상관없이 지속된다. 고 정범구 병장도 이런 경우다. 단, 사망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거나 유언을 강요하거나 위조한 자는 상속 자격이 박탈된다. 부모마저 없을 땐 조부모 등 다른 직계존속, 형제·자매, 사촌 이내 방계혈족 순으로 상속된다. 상속권자가 없는 재산은 국가에 귀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