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택상(51) 동구청장은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 출신으로 당선됐다. 한나라당 출신 구청장이 연속 배출된 지역에서 돌풍을 일으켜 전국적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난 25일 오전 동구청에서 만난 조 청장의 머리는 부시시했고, 눈가는 부어있었다. 그는 "재개발 지역 주민들과 밤 늦게까지 만나 분쟁을 조정하느라 요즘 매일 전쟁을 치르는 기분"이라고 했다. 조 청장은 동구에서 고등학교를 나와 현대제철에서 30여년 근무하면서 노조위원장을 지냈다.
―기업에서 수십년 근무하다 구청장이 되니 뭐가 다릅니까.
"주민들이 내일 모레면 '구청장이 다 해결해주겠지'라고 생각하는 게 참 어렵네요. 저도 밖에선 참 답답했어요. 기업에선 '뭘 하겠다'고 하면 결정 후 바로 집행에 들어가는데, 관청은 행정절차가 길어 1개월, 3개월, 돈이 들어가는 사업이면 6개월 이상 걸리니까요. 직원 정례조회에 한번 참석해 강연을 했는데 나중에 '구청장이 30분간 훈시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깜짝 놀라 '이제부터 구청 내의 밴드·문학 등 동아리가 그 시간에 공연을 하고 짧게 3분만 이야기하겠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경직됐던 분위기가 많이 누그러지는 것 같습니다. 직원들이 항상 재검토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 가능한 '된다' '안 된다' 중 하나로 보고하라고 했습니다. 재검토는 실제로 일이 100% 안 된다는 이야기잖아요."(웃음)
―동구의 현안은 무엇인가요.
"재개발 지역이 26개나 되고, 공장이 전체 면적의 52%를 차지해요. 송현동 동인천 역세권 개발현장이 가장 큰 문제예요. 시와 도시개발공사가 사업하는데 땅만 파놓고 사업비 부족으로 공사가 중단됐어요. 주민들도 '보상액수가 적다', '보상을 아예 안 받겠다', '소송을 걸겠다', '무작정 대화 안 하겠다'는 등으로 의견이 나뉘어져 있어요. 그래서 일단 도시개발공사 등 사업자에게 '주민들에게 부담을 주는 상황이 생기면 먼저 통보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당장 제가 하는 일은 매일 주민을 설득하고 공감해주는 거죠. '소송 걸어서 지면 남는 게 없다' '시가 참 어려운 사업을 벌려놓아 저도 속상해요'라며 고개 숙이고 다닙니다."
―지역 발전을 위해 구체적으로 구상 중인 것은.
"동구에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비교적 큰 기업들이 있습니다. 우선 기업들의 지원을 이끌어내려고 합니다. 당장 현대제철에서 나오는 폐열을 동구의 2만7000여가구에 공급하도록 협약을 맺었습니다. 350억~500억원의 예산이 들지만 정부에서도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정책을 추진하니 예산을 따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업 연합노동조합 관계자들도 만났습니다. '이제 근로자들도 지역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고 설득했어요. 앞으로 매달 연합노동조합에서 경로당 34곳에 쌀 한 포대씩을 기증하기로 했습니다. 근로자들이 점심 때 부평구나 남동구로 빠져나가지 말고 동구에서 점심을 먹는 '점심 회식문화 협약식'도 체결했어요. 주민을 위해 임기 내에 구비(200억), 시비(150억)를 들여 문화체육센터를 만들 겁니다. 사업만 벌리고 임기 끝난 뒤에 도망가는 일은 없을 겁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주민이 적지 않은데.
"각 기업과 종교계 인사들의 도움을 받아 '희망은행'을 올해 안에 만들 겁니다. 서민에게 저금리로 무담보대출이나 창업상담을 해주는 일종의 '미소금융'이지요. 동구 인구가 8만명인데 그 중 20%가 저신용자 등 당장 대출금 100만원이 필요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내년 초부터 주민들이 큰 불편 없이 대출받게 할 겁니다. 사업비 100억원 유치를 위해 동구의 각 기업 경영진을 설득하겠습니다."
―소수정당 당적 때문에 정부·시와 소통에 어려움은 없는지.
"당선된 뒤 '저 소수정당 당선자 맞습니다. 인맥도 없고 아무것도 없지만 정직합니다'라며 인천시 주요부서를 돌아다녔어요. 진보나 좌편향같은 이미지를 벗어나려고 노력 중입니다."
―주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우선 개발지역 주민들이 입장은 다르겠지만 화합했으면 좋겠습니다. 돈보따리 풀어놓을 능력은 안 돼도 주민이 불러만 주시면 어디든 달려갈 겁니다. 제게 욕을 해 스트레스가 풀린다면 욕도 먹을 각오입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