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무역회사에 다니던 김씨가 갑자기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아내 박씨는 남편의 회사 이메일에 재산과 관련된 내용이 있지 않을까 싶어 남편 회사를 찾아가 이메일을 열어보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남편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개설했던 이메일도 찾아 나섰다. 하지만 남편이 다니던 회사에선 이메일도 회사자산이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포털사이트측도 "이메일은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것으로 죽은 사람이 유서로 공개 허용을 밝히지 않았다면 우리도 공개 의무가 없다"고 거절했다. 화가 난 박씨는 남편 회사와 포털 사이트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럴 경우 박씨에게 남편의 이메일을 보여주거나 달라고 할 권리가 있는 것일까?


A 가끔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이 전우(戰友)의 사망소식을 그 아내에게 알리면서 망자(亡者)가 다른 사람들과 주고받았던 편지와 일기장을 전달하는 장면이 나온다. 또는 남편이 죽은 아내와 평소 주고받았던 편지들을 읽으면서 아내의 사랑을 추억하는 장면들도 있다. 영화처럼 지순한 사랑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현실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다른 이성(異性)과 주고받은 은밀한 이메일이 그러한 예 중 하나이다.

사망자가 평소 가지고 있던 편지는 재산 가치로 환산할 수는 없지만 사망자의 재산임은 분명하다. 상속인인 배우자가 이를 상속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메일의 경우에는 편지와 비슷하면서도 그 성격상 당연한 상속대상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판례도 아직 없다.

따라서 이메일이 상속대상인 재산에 관한 권리의 대상인지가 논란거리다. 민법상 재산에 관한 권리는 상속되지만 사망자에게 전속적(專屬的)인 권리는 상속되지 않는다. 전자문서의 일종인 이메일은 그 내용에 따라 재산적 가치가 있을 수 있다. 이럴 경우 상속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남편이 다니던 회사에서 부여한 이메일 주소로 주고받은 내용은 남편의 것일까, 회사의 것일까. 이메일 내용에 따라 구분해 봐야 한다. 즉, 이메일에 회사의 영업비밀에 해당되는 것이 들어 있는 경우에는 남편 소유라 할 수 없다. 또 상대방이 회신한 이메일은 남편의 것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하겠다. 다시 말해 회사 영업비밀에 해당되는 이메일과, 상대방이 회신한 이메일을 뺀 나머지만이 남편 소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박씨는 위 범위에 속하는 이메일에 한하여 공개를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포털사이트 이메일도 상속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다니던 회사의 이메일과 달리 포털 이메일은 운영업체의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공개를 요구할 수 있는 이메일 범위가 커진다. 박씨가 남편의 사망사실 및 자신이 그 상속인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면, 비밀번호나 아이디가 없어도 남편 이메일을 자신에게 넘겨 달라고 포털 사이트에 요청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박씨가 남편의 통장이나 비밀번호 없이도 은행에 가서 예금을 찾을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이메일에 재산적 가치가 될 만한 내용은 없고 굳이 알 필요 없던 사생활만 잔뜩 있다면. 감추고 싶은 이메일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배우자나, 이메일 상속으로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된 상대방이나 속이 쓰리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는 것이 힘이 아니라, 아는 것이 고통일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