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천안함 폭침(爆沈) 이후 제재(制裁)로 일관하던 정부의 대북정책이 전환점을 맞고 있다. 한·미는 '북한은 천안함사건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고, 미국은 다음 주 천안함 대북 금융 제재 대상을 발표한다. 그러나 정부는 26일 북한에 수해 지원 의사를 밝히고 중국과 6자회담 재개문제를 논의하는 등 제한적이나마 문을 열어두고 있다.
◆대북 지원 재개
대한적십자사는 이날 북한에 수해 지원 의사를 밝히는 통지문을 발송했다. 여권에서도 대북 쌀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월 24일 천안함 대북 대응 조치를 발표하면서 북한과의 교역 중단 방침을 밝혔다. 대북 교역을 차단해 북한으로 들어가는 현금과 물자를 막아 '고통'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인도적 지원에 한정한다고 해도 북한에 식량과 물품이 제공되면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에는 숨통을 틔워주게 된다. 남·북은 1980년대 이후 인도적 지원을 위한 접촉에서 시작해 고위급회담으로 발전했던 역사를 갖고 있다. 이와관련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이날 "북한의 입장이 변하지 않고 있어 대북정책의 기조 자체를 바꾸는 건 어렵다"고 했다.
◆제재와 제한적 대화
지난주 북한을 방문했던 중국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이날 서울에서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나 6자회담 문제를 논의했다. 두 사람은 "대화 복원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하고 현재의 긴장이 격화되지 않도록 하자"는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긴장의 이유로 한·미 연합훈련을, 한국은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을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2008년 12월 이후 중단됐던 6자회담 재개 구상으로 미·북 대화→비공식 6자 예비회담→6자회담을 제시했다. 그러나 북한은 평화협정 체결과 제재 해제 등 기존의 전제조건을 철회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위 본부장은 우다웨이 대표에게 "6자회담이 재개되려면 북한이 천안함사건에 대해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하고,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천안함 출구전략이 아니냐"는 말도 나왔지만 외교 당국자는 "제재를 하면서도 대화의 여지는 둬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제재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북한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대화는 진척되기 어렵다"며 제한적 대화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한·미 양국도 "대북정책에 이견은 없다"며 조율된 행동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이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에 대해 사전에 정부에 양해를 구하면서 "곰즈씨 석방 외에 다른 임무는 없다"고 해명한 것도 한·미의 일치된 입장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미국은 다음 주 마약·위폐 등에 관련된 북한 기업과 개인에 대한 제재 리스트를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