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에 따르면 지미 카터(Carter·86) 전 미국 대통령이 탄 비행기는 일본 삿포로(札幌)를 경유, 25일 오후 4시 반에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 외에 리근 미국국장도 카터를 영접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인질 구출' 임무를 띤 카터 전 대통령의 표정은 밝은 편이었다. 조선신보는 "(카터가) 비행기에서 내린 순간부터 승용차에 탈 때까지 시종 웃음을 짓고 있었다"고 전했다. 비행장에는 30여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카터의 평양 도착 장면을 취재했다.

김영남 만난 카터…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오른쪽)이 25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이들은 이후 백화원 영빈관에서 만찬을 함께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김영남이 25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의례 방문한 카터와 일행을 만나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담화했다"며 "김영남은 지미 카터와 일행을 위하여 백화원 영빈관에서 연회를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또 "여기에는 외무성 부상 김계관과 관계부문 일꾼들이 참가했다"고 전했다.

안보부서 당국자는 "카터 전 대통령이 김영남과 만찬을 함께한 것으로 보아 이날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은 일단 낮아졌다"고 말했다. 통상 오전 활동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진 김정일의 업무 특성상 카터와의 면담이 이뤄진다면 26일 오후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편 정부 고위 당국자는 카터 전 대통령의 역할과 관련, "곰즈 석방이란 임무 외에 다른 역할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터 전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특사도 아니고, 오바마 대통령의 '메시지'도 가져간 것이 없다는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카터 전 대통령이 메신저 역할을 한다면 오히려 김정일의 메시지를 가져와 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다른 정부 당국자는 "현재로선 어떤 예단도 해선 안 된다"고 했다. 북한이 카터 전 대통령을 통해 6자 회담 재개, 미·북 직접 접촉, 남·북 고위급 회담 등 이른바 '평화공세'를 위한 메시지를 보내면서 천안함 제재 국면을 벗어나려고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을 우리 정부가 반대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외교안보수석실에 확인했는데 전혀 그런 일이 없다"고 이날 밝혔다.

미국은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에 대해 우리 정부에 사전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미국은 이번 방북으로 기존의 대북 정책이 변하진 않을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