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한 변호사

이제는 별로 새롭지도 않지만 2010년 8월 18일 통계개발원은 다시 용역보고서를 통하여, 한국의 출산율이 지난 10년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것임을 다시 확인해 주었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1981년 2.57명에서 1998년 1.45명으로 낮아졌고 2005년 1.08명으로, 바닥으로 정체되고 있으며 통계보고서의 최종 기준인 2008년에는 1.19명으로 집계되었다고 한다. 위 보고서는 출산율 저하의 요인으로 소가족 가치와 규범의 확산, 초혼연령의 상승, 여성경제활동 증가, 이혼 증가 등을 제시하면서 1990년대 후반의 경기침체와 실업률 상승이 출산력 저하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가장 피부에 와 닿는 분석은 나오지 않아서 실망스러웠다. 바로 사교육비를 포함한 양육비의 부담이야 말로 출산을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인 것을 누구나 다 잘 알고 있을 것인데 이것을 명시적으로 지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2009년의 우리나라 초·중·고생들의 사교육비는 21조 6,0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신고 되지 않은 교습소나 고액 과외까지 모두 반영된 것인지 의심스럽지만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2만3000원으로 나왔다.

작년 언젠가 현직 법조인들로 구성된 필자의 대학 동기 누군가의 송별 모임에 참가한 친구 최 아무개가 갑자기 우리 국가와 민족의 융성, 발전을 위하여는 출산율의 제고가 시급한 바, 국민투표를 통해서라도 당장 과외를 금지시켜야 한다는 과격한 제안을 아주 진지하게 내 놓았다. 이전까지 어린 학창시절의 추억 등을 소재로 하던 대화는 일순 진지해 졌다. 물론 최 아무개의 과격 주장에 대하여는 당장 반론이 들어 왔다. 우리 헌법 제72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국가 원수로서의 대통령에게 국민투표부의권을 부여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문언상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이라고 하고 있으므로 당장의 출산율 저하를 문제로 과외 금지와 같은 것을 국민투표에 부의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반론이었다. 문언 해석에 충실한 다분히 법률가적인 주장이었다. 이에 출산율 저하는 병역 자원의 고갈로 이어져 국방이나 국가안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넓게 해석하여 밀어붙여야 한다는 한발 더 나아간 적극적인 주장까지 나오게 되었다.

그 자리에 참석한 친구들의 면면을 보니 물론 그들의 대학 입학 당시의 제도가 어땠었건 간에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을 친구들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적어도 당시의 나를 돌이켜 보니 그다지 넉넉하지 못하여 참고서는 헌책방에서 구입하곤 하였던 어려운 가정에서 자라고 있었던 만큼 나는 이른바 386세대로서 제5공화국의 과외금지정책의 수혜(?)를 제대로 입은 사람이었다. 오로지 고등학교의 내신성적과 학력고사 성적에만 의거하여 소위 명문대학의 하나라고 하는 나의 모교에 입학하는 행운을 얻는다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거의 불가능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나의 친구들은 거대담론이 이미 사라져 열을 내어 이야기할 주제가 별로 없던 시점에서 "이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느냐"면서 서로 침을 튀겨 가면서 열변을 토하였다.

법률가들의 한계인지 모르겠지만 현행 헌법의 해석론을 치열하게 펼친 끝에 현행 헌법의 해석론으로는 무리가 있으며 개헌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우리가 그날 연탄돼지불고기와 소주를 앞에 두고 "개헌을 발의할 국회의원이 되어 다시 만나자."고 하였는지 누군가가 "내가 대통령이 되어서 개헌안을 발의하겠다."고 하였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법률의 해석과 집행이라는 소극적인 업무만을 할 수밖에 없는 법조인들의 자조(自嘲)가 나왔던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제 이런 기회에 이렇게 두서없는 글이나마 쓰게 되어 단 열 명, 스무 명의 개헌 동조자들이라도 얻을 수만 있다면 다행이 아닌가 생각한다. 과외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되,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하여 수월성 교육은 더욱 확대하고 발전시키는 방안으로 하루라도 빨리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세계 최고의 사교육비를 쓰면서도 세계 100대 대학에 드는 대학 하나 갖지 못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극복하고, 전국 곳곳의 초등학교가 다시 과밀학급이 되는 나라, 개천에서 용이 자주 나오는 나라를 위하여 지금이라도 당장 개헌하자. 이른바, 출산개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