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시장이 침체 조짐을 보이면서 주택이 투자처로서의 가치를 상실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20~30년간 미국 주택시장에 어마어마한 대출 자금이 흘러들어오면서 자산 가격 거품이 발생했고 주택이 종자돈 역할을 하면서 장기적인 투자 대상이 됐다. 사람들은 주택 매매를 통해 자녀의 학비를 대고 레저 생활을 즐길 수 있었으며 안정적인 노후 자금으로 활용했다.

그러나 호황이 가고 불황이 시작되자 주택시장의 투자처로서의 매력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 주택 시장은 과잉 공급으로 적체된 상태다.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기존 주택판매는 지난 2005년 여름 730만채로 정점에 달하고 나서 꾸준히 감소해왔다. 24일 발표된 7월 기존주택 판매는 전월 비 27.4% 급감하며 383만 채에 그쳤다. 이는 1995년 5월 이후 최근 15년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국의 주택 수요를 짐작할 수 있는 주간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신청건수는 7월 첫 번째주에 3.1% 감소하면서 지난 1996년 12월이래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실업률이 높아 소비가 침체된 상태라 주택판매는 개선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용이 증가하기 전에는 주택 시장이 개선될 여지가 없다”며 “실업률이 낮아질 정도로 고용이 개선되어야만 낮은 수준의 모기지 금리와 더불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모기지 대출자 7명 중 1명은 주택을 압류당하거나 상환금을 연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데이터회사인 리얼티트랙은 주택 압류 건수가 올해 백만건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택가격도 앞으로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S&P 케이스-쉴러 주택가격지수에 의하면 미국 주요 도시 주택가격은 2006년 7월 정점을 찍은 후 2009년 4월 최저점까지 떨어졌다. 무디스 이코노미닷컴의 셀리아 첸 이코노미스트는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지 않으면 주택가격은 2012년까지 추가로 20%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앰허스트증권에 따르면 압류나 모기지 연체로 인해 시장에 나온 물량을 말하는 그림자 재고(shadow inventory)가 지난 1분기에 730만건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그림자 재고가 늘어나면서 집값은 추가로 하락 압력을 받게 되고, 주택 구매자들은 가격이 더 내려가기만을 기다리면서 구매 시기를 늦추게 된다.

현재 주택가격이 이미 균형을 잃었기 때문에 시장의 조정과정을 거치면서 하락하게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연방주택금융청(FHFA)의 자료에 따르면 1975년부터 미국 국민 중 소득계층 상위 5% 정도만이 주택 구매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높은 소득을 벌어왔다. 일반적으로 국민들이 벌어들이는 소득에 비하면 집값이 터무니없이 비싸졌다. 부동산 시장 호황을 겪으면서 최근 수십년동안 주택 가격은 치솟았고, 이제는 내려갈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제니몽고메리스콧LCC의 가이 레바스 스트래티지스트에 의하면 “지금의 주택시장을 ‘치료할’ 방법은 시장의 과잉 공급을 해결하고 실업률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토마스 호니그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말도 안되는(nonsense)' 수준으로 주택 대출이 완화되면서 과잉 공급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주택 시장은 적체된 상황이라며 앞으로 정부가 주택 시장 대출에 규제 및 감독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일 사람들이 주택 매입을 투자 기회로 보고 있다면 그들은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