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현준(19ㆍ아약스)이 조광래 A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19세인 석현준은 K-리그 경험이 없고, 각급 연령대별 대표로서 뛰어난 활약을 펼친 적도 없는 무명에 가까운 공격수. 조광래 감독의 파격적인 발탁에 모두 놀란 눈치다.

비록 크게 이름을 알리지 못했으나 석현준은 용인 신갈고 시절부터 나름대로 주목받는 선수였다.

지켜보는 눈이 많았다. 잦은 부상에 시달렸지만 대학팀에서도 영입제의가 줄을 이었다. 감독들이 기량을 점검하러 직접 찾아오기도 했다. 그러나 석현준과 아버지 석종오씨, 신갈고 코칭스태프는 대학이 아닌 유럽 진출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아약스 입단 스토리는 한편의 영화였다. 석현준이 본래 꿈꿨던 팀은 첼시였다. 그런데 계획이 틀어졌다. 첼시는 수상 경력과 개인 타이틀 등 많은 것을 요구했다. 입단 테스트를 받을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고교시절 내내 잔부상에 시달린 석현준에게 수상 경력이 있을리 없다. 결국 첼시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네덜란드로 날아가 무작정 아약스 훈련캠프를 찾아갔다. 마틴 욜 아약스 감독에게 팬인 것처럼 접근해 기회를 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석현준의 의욕적인 모습이 욜 감독의 마음을 움직인 것일까. 예상 밖으로 욜 감독은 흔쾌히 테스트 요청을 받아들였다. 석현준은 테스트 기간이 한 차례 연장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아약스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다. 아약스도 1m90, 83kg의 당당한 체력조건을 갖춘 석현준의 가능성을 이정한 것이다.

2010년 1월 석현준은 팀에 합류했다. 이후 탄탄대로였다. 2군 평가전에서 좋은 활약을 하자 일주일 만에 1군에서 호출이 왔다.

1군 엔트리에 포함되고 네번째 경기였던 2월 로다전을 통해 1군 무대에 데뷔했다. 로다전이 끝나고 보름 후엔 유로파리그 경기에도 출전했다. 주무대였던 2군에서는 연일 골폭풍을 일으켰다. 홈팬들은 그가 벤치에 앉아있기만 해도 "숙숙(Suk, Suk)"을 외쳤다.

석현준의 상승세는 프리시즌까지 이어졌다. 자신을 매몰차게 차버린 첼시에게도 한 방을 먹였다. 올시즌에는 지난 시즌보다 출전 기회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엘 함다위과 미도 등 베테랑 공격수들이 대거 팀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욜 감독은 "석현준은 2년 후 우리팀의 주전 공격수로 뛰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다.

석현준은 네덜란드에서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지켜봤다. 붉은 악마 유니폼을 입고 교민들과 함께 우루과이와의 16강전을 본 석현준은 소속팀 동료인 수아레스(우루과이)와 박지성이 유니폼을 교환하는 모습에 눈을 떼지 못했다.

그랬던 석현준이 이제 대표 유니폼을 입게 됐다. 석현준의 신데렐라 스토리는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