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제빵왕 김탁구'(KBS2)가 시청률 40%를 훌쩍 넘기며 국민드라마로 떠올랐다. 톱스타가 등장하지 않음에도 사랑을 독차지하며 시청자를 중독시켰다. 한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무협지를 읽는 것처럼 '제빵왕 김탁구' 역시 무협지와 비슷한 이야기 구조로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실제로 무협지와 드라마 사이에 유사점이 상당히 많은 걸 찾을 수 있다.
▶영웅은 피를 타고난다.
김탁구는 무협지 속 주인공과 공통점이 상당히 많다.
보통 무협지 주인공은 영웅의 피를 타고난다. 특별한 부모로부터 특별한 재능을 지니고 태어나는 게 대부분이다. 김탁구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한국 최고의 제빵회사 회장인 구일중(전광렬)의 큰 아들로 태어난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절대후각이란 특별한 재능까지 지닌다. 이런 잠재능력은 김탁구가 최단시간 내에 최고 제빵사로 성장하는 바탕이 된다.
무협지 주인공들 역시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특별한 재능을 깨닫기 전까진 시간이 걸리지만 한 번 재능을 발현하면 금새 무림 최고수로 급성장한다. 단기간에 무예의 핵심을 깨달으며 절정고수로 태어나는 천재성을 보인다. 김탁구 역시 제빵사의 길을 걸은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영웅의 피를 이어받지 못한 노력파 구마준(주원)보다 훨씬 더 뛰어난 능력으로 자신의 천재성을 입증한다.
▶고난은 타고난 운명.
무협지 주인공은 부모가 물려준 운명의 소용돌이를 뚫고 태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모가 살해되거나 어쩔 수 없는 생이별을 한다. 당연히 주인공은 고난을 친구처럼 데리고 다닌다.
서자로 태어난 김탁구는 어려서 아버지와 생이별을 하고 어머니(전미선)와의 짧았던 행복마저 잃어버리면서 고아처럼 성장한다. 또 어머니를 죽인 원수를 찾기 위해 온갖 고생을 이겨내고 운명처럼 팔봉빵집을 찾아낸다. 운명의 팔봉빵집에 들어가기 위해서도 갖은 고생을 사서 한다. 무협지 주인공처럼 고난은 끊이지 않는다. 또 모든 역경을 이겨내야만 소중한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작은 진리도 함께 전한다. 그러나 실타래처럼 얽힌 운명 덕에 김탁구는 이후에도 온갖 계략과 음모에 봉착하게 된다.
▶우연히 만난 절대고수.
팔봉빵집은 한마디로 재야 고수들이 즐비한 도장이다. 팔봉선생(장항선) 양인목(박상면) 조진구(박성웅) 등은 초야에 숨어 지내는 제빵계의 절대고수들이다. 이들에게 기초부터 튼튼하게 특훈을 받는 김탁구는 행운아 중 행운아. 특히 초절정고수인 팔봉선생은 처음부터 김탁구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에게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던 비급에 가까운 기술들을 전수한다. 몇십년을 고생해도 얻을 수 없는 기술들이지만 김탁구는 비급의 정수를 빨리 깨달아 스승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무협지에서도 우연히 만난 절대고수는 필수 조건이다. 아무리 재능을 타고나고 잠재력이 뛰어나도 주인공 혼자 크는 법은 없다. 우연히 좋은 스승을 만나 반드시 성장통을 겪어야만 고수로 성장할 수 있다.
▶운명의 라이벌.
무협지엔 주인공과 운명의 한판을 벌일 수밖에 없는 절대 악 또는 절대고수가 존재한다. 그렇다고 실력만 겨루는 게 아니라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오던 은원을 풀어내는 마지막 대결이 항상 등장한다.
김탁구에겐 구마준이란 숙명의 라이벌이 존재한다. 두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운명처럼 얽혀있다. 김탁구와 구마준은 구일중의 아들이지만 유년기에 김탁구가 누렸어야할 것들을 구마준 혼자 차지했다. 그러나 실제 구마준은 구일중의 비서 한승재(정성모)의 친아들이다. 자신의 아버지이길 원하는 구일중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아들 구마준이 왜 그렇게 김탁구에게 집착하는지, 왜 꼭 승부를 펼치려고 하는지 긴 설명은 필요없다. 두 사람은 대결을 펼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