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명종 때 박손 등 제주 사람 12명이 유구국(琉球國), 지금의 일본 오키나와까지 표류했다 돌아와 조정에 유구국에 대해 알렸다. "홍금의(紅錦衣)에 평천관(平天冠)을 쓴 유구국 왕이 '우리는 명나라를 섬기기 때문에 망궐례(임금이 있는 궁궐 쪽을 향해 절하는 의식)를 한다. 그대들 나라도 명의 신하이니 함께하라'고 했다."

▶1999년 일왕 즉위 10주년 축하행사에서 일왕을 찬양하는 국가 '기미가요' 제창 때 여가수 아무로 나미에 혼자만 입을 다물고 있는 장면이 TV에 비쳤다. 우익 진영은 "아무로가 오키나와 출신이어서 일부러 그랬을 것"이라고 공격했다. 오키나와 사람들은 일왕 추종세력이 일으킨 태평양전쟁 때 오키나와전투에서만 12만명이 몰살당했던 역사를 아프게 기억하고 있다.

▶일본 고교 교과서에 기술된 오키나와 복속 경위이다. "류큐(琉球)왕국은 에도시대 이래 사쓰마번 지배 아래 있었지만 명목상 청국(淸國)을 종주국으로 하고 있었다. 정부는 1872년 류큐번을 직속으로 삼았으나 종주권을 주장하는 청국은 인정하지 않았다. 정부는 1879년 류큐왕국을 폐지하고 오키나와현 설치를 강행하는 '류큐처분'을 내렸다." 1850년대 미국·프랑스 등과 조약을 맺을 만큼 주권국가였던 유구국이 일본의 '행정처분' 하나로 없어져 버린 것이다.

중국 학자들이 최근 "오키나와는 원래 중국 땅이니 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 5년 사이 "일본의 1879년 류큐 병합, 1972년 미국의 오키나와 반환 등은 모두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는 논문이 20여편이나 나왔다고 한다. 19세기 말 청나라는 "유구국은 우리 속국"이라고 주장하다 청일전쟁에서 지곤 영유권을 포기했었다.

▶100여년 동안 잠잠하다 이제 와서 오키나와를 내놓으라고 하는 중국도 뜬금없지만 일본도 그다지 큰소리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오키나와에 '류큐독립당(黨)'이 있고, 주민 30%가 독립을 지지할 정도로 일본의 오키나와 병합 자체가 여전히 논란거리다. 일본은 국제법적으로나, 현실지배 면에서나 엄연히 대한민국 땅인 독도를 끊임없이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왔다. 그러던 일본이 오키나와를 자기 영토라고 우기는 중국과 부딪쳤으니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억지 앞에서 억장이 무너지던 한국인의 심정을 뒤늦게라도 깨닫게 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