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까지 북한 시장에서 장사를 했던 한 탈북자는 18일 "북한 시장도 계속 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본지가 입수한 신의주 '채하시장'의 동영상(이달 초 촬영)을 본 뒤 "식품 매대에 과일 바구니가 등장하는데 예전에는 전혀 보지 못했던 풍경"이라고 했다. 지난해 북한을 빠져나온 탈북자는 "한국 드라마와 중국 사람들의 영향으로 북한에서도 과일 바구니로 인사하는 트렌드가 생겼다"고 전했다.

또 이번 동영상에는 일명 '꽃제비'(구걸하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북한 시장은 꽃제비들의 생존 터전이다. 신의주 출신 탈북자는 "신의주는 국경 도시여서 통행증이 없으면 갈 수 없다"며 "꽃제비들은 통행증을 끊을 수 없기 때문에 신의주 시장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 당국이 꽃제비들에 대한 일제 단속을 벌였기 때문이란 얘기도 들린다. 북·중 교역의 관문인 신의주에 사는 주민들의 생활수준이 다른 지역보다 높기 때문 아니냐는 추정도 있다. 실제 이번 동영상에 찍힌 상인과 주민들의 옷차림은 상당히 양호해 보인다. 영양 상태가 나빠 바짝 마른 사람도 찾아보기 어렵다.

일반 주민들이 '신형 김일성 배지'(2000년 이후 제작)를 달고 있는 것도 특이하다. 한 탈북자는 "2005년 이전에는 간부들과 돈 있는 일부 청년들만 멋으로 달고 다녔는데 일반 아줌마들도 달고 있는 걸 보면 가격이 많이 내려간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김정일 배지도 파는데 김일성 배지보다 유통 물량이 적기 때문에 아들 배지가 아버지 배지보다 3~4배 더 비싸다고 한다.

식품 매대의 상인들이 대부분 흰색 셔츠에 흰색 모자를 착용한 것과 관련, 최근 탈북자는 "위생문제 때문에 시장관리소에서 흰색 옷을 입으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식품을 취급하는 상인들이 중국 등에서 단체로 구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