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에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A사는 유급(有給) 노조전임자를 3명으로 유지하다가 지난달 고용노동부에 적발됐다. 180여명의 노조 조합원이 있는 이 회사는 '타임오프제(근로시간면제제도)'에 따라 전임자 수를 1.5명으로 줄여야 했지만 전임자 수를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이 업체 노조는 현재 상급 단체인 금속노조 포항지부에 전임자 중 1명을 파견하고 있다. A사는 또 매달 금속노조 포항지부 계좌로 75만원을 입금한다. 노조 운영지원금 명목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지부에 파견된 전임자들의 인건비로 쓰인다고 한다. 현행 노동법에 저촉되는 불법행위다.
법을 어기면서까지 이렇게 하는 이유에 대해 A사 노무담당직원은 "파업을 하면 자동차 라인이 끊어지니 별다른 수가 없다"며 "노조의 힘이 우리(사측)보다 세기 때문에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지난달 말 노동위원회에 A업체에 대한 시정명령 의결을 요청했다.
고용부는 지난 한 달 사이 A사처럼 타임오프제를 위반한 사업장 33곳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면합의 등을 통해 타임오프제를 지키지 않는 사업장은 더 많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실제 고용부 발표와는 달리 금속노조는 110곳(64.7%)이 노조 전임자를 유지하기로 합의하거나, 단협을 체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계는 "타임오프제가 지켜지지 않는 것은 파업으로 공장의 문이 닫힐 것을 우려한 사용자가 강성인 노조에 굴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타임오프제를 지키지 않아 적발된 B사(경북 포항시) 노무담당 관계자는 "그렇게 하는 것이 당장 파업으로 손실을 보는 것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업체 역시 금속노조 포항지부에 매달 75만원씩 지급하고 있다. B사 관계자는 "노조원들도 타임오프제를 두고 회사의 고민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지만, 금속노조 상부에서 '노조 전임자를 현행대로 유지하라'는 지침을 내리니 어쩔 수 없이 회사를 압박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타임오프제 법을 어긴 사측이 정부 단속을 '은근히' 기다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노조의 압력에 굴복해 전임자 수를 그대로 유지한 회사들이 정부가 단속을 나와 적발되면 이를 구실로 노조와 다시 협상해 타임오프제를 실시하는 것이다.
한 고용부 감독관은 "회사 관계자들은 노조보다 회사가 약하니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면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노조 요구를 들어주고 정부 힘에 기대 이를 바로잡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전에 있는 C사 관계자는 "금속노조에 소속된 노조가 '전임자 조항을 절대 고칠 수 없다'고 해 결국 단협에서 조항을 고치지 못했다"며 "하지만 정부가 단속을 나오면 이를 계기로 시정하고 다시 협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북 경주에서 자동차 부품회사를 운영하는 한 사업주는 "우리 지역에서 타임오프제를 지키지 않는 대부분 사업자의 생각이 비슷하다"며 "정부 단속의 힘을 빌려 타임오프제를 도입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