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에게 '결혼은 무덤'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절정의 인기를 누리다가도 결혼과 함께 팬들로부터 외면받는 일이 흔했기 때문인데요. 당연히 미혼의 청춘남녀 연예인들이 주가를 올렸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최진실은 잘 알려진대로 9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린 청춘스타였습니다. 같은 나이 또래였던 채시라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이들은 각각 결혼하기 전까지 10여년간 스크린과 TV의 간판스타로 군림했습니다. 미혼에다 스캔들까지 없는 깨끗한 이미지가 장수비결이었던 셈입니다.
이 때문에 웃지 못할 해프닝도 더러 있었습니다. 인기하락을 이유로 결혼사실을 감췄다가 뒤늦게 고백하는 것인데요. 50대의 방송인 K씨는 20여년전 결혼해 대학생 아들딸이 있지만 아직도 총각행세를 하고 있습니다. 뒤늦게 '커밍아웃'을 하려고 해도 쉽지가 않습니다. 그동안 감춰온 사생활이 알려져 엉뚱한 오해를 받을까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요즘엔 아예 그런 걱정이 필요없는 세상이 됐습니다. 유부남 유부녀들이 더 인기 있으니 굳이 '결혼'을 두려워 하거나 감춰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최근들어 안방극장 추세가 그렇습니다.
오연수는 최근 종영된 SBS 드라마 '나쁜 남자'에서 파격적인 멜로를 선보이며 주가를 올렸습니다. 같은 드라마에서 문재인 역을 연기한 한가인 역시 '청춘스타'가 부럽지 않은 '미시 배우'의 명성을 날렸습니다.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를 보며 "요즘 아줌마 아니면 명함도 못내민다"는 말이 나올 만큼 말이죠.
이승연과 김지호도 3년만에 브라운관 활약을 시작했는데요. 이승연은 지난 9일부터 MBC 아침드라마 '주홍글씨'로, 김지호는 이 보다 한 주 앞선 지난 2일부터 SBS 아침드라마 '여자를 몰라'로 컴백했습니다. 특히 이승연은 지난해 출산 이후 첫 드라마 출연이어서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미스코리아 출신인 오현경 고현정은 각각 결혼-출산-이혼 과정을 거친 뒤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MBC 주말극 '글로리아'에서 다섯살 지능의 지적 장애 연기로 호평을 받고 있는 오현경은 지난 2007년 드라마 '조강지처클럽'으로 컴백한 뒤 지난해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 등에서 활약했습니다.
고현정은 지난 2005년 드라마 '봄날'로 컴백한 이후 지난해 '선덕여왕'으로 주가를 올렸고, 오는 10월 방영예정인 SBS 드라마 '대물'의 출연을 앞두고 있는데요. 세련된 패션감각과 우아한 매력을 발산하며 아줌마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총각같은 아저씨 배우들도 덩달아 인기입니다. 지난해 늦깎이 총각을 탈출하며 유부남이 된 이범수는 SBS 드라마 '자이언트'에서 주가를 올렸고, 여검사와 결혼해 화제를 모은 송일국 역시 MBC 드라마 '신이라 불리는 사나이'에서 청춘스타 못지않은 연기로 찬사를 받았습니다. 또 '동이'의 지진희나 '로드넘버원'에서 카리스마 연기를 선보인 최민수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아줌마-아저씨'의 인기는 예능프로그램에서 더 뚜렷하게 부각되는데요. 이경실 박미선 김지선 등 '아줌마 트리오'의 입지는 최양락 김정렬 황기순 등 7080 복고풍 입담개그의 부활로 한층 굳건해졌습니다.
'결혼하면 한물 간다'는 말이 낯설만큼 이들은 결혼후 더욱 안정된 연기와 입담을 자랑하며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굳이 처녀 총각행세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청춘스타가 아니라도 시청자들을 감동시키고 사랑받는 이들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