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후 서울대 관악캠퍼스 박물관 앞에 45인승 버스가 멈춰 섰다. 변상균(29·농생명공학부 박사과정)씨가 내려 짐칸에서 휠체어 4~5개를 꺼내 펼쳤다. 뇌성마비 1급 장애를 가진 홍현승(19·자운고 3년)군이 허규(19·생명과학부 1년)씨 손을 꼭 잡고 버스 계단을 천천히 내려왔다.
서울시립뇌성마비복지관에 다니는 초·중·고교생 장애인과 성인 장애인들의 자녀 30여명은 이날 서울대 봉사동아리 '함께하는 서울대 사람들'의 초청을 받아 '서울대 투어'에 나섰다. 동아리 대표 변씨는 "캠퍼스가 넓고 비탈길이 많아 안내와 도움 없으면 장애인이 오기 어렵다"면서 "장애 학생들에게 대학생활에 대한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변씨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그는 구루병을 앓는 중학생을 4개월째 무료 지도하고 있다. 변씨는 천문학자를 꿈꾸는 이 학생과 지난달 서울대 천문대 등을 둘러보는 '1일 캠퍼스 투어'에 나섰다.
"부모 손을 잡고, 친구들과 서울대로 구경 오는 학생들은 많죠. 그런데 장애 학생들은 거의 보이지 않더라고요. 제가 가르치는 학생이 이곳저곳 둘러보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단체 견학을 계획하게 됐습니다."
홍군은 이날 처음 서울대 캠퍼스를 봤다. 시와 수필 쓰기를 좋아하는 홍군은 국어국문학과 진학이 목표다. "작가가 되고 싶어요. (서울대에는) 한 학교에서 한명 들어가기도 어렵다는데 제가 합격할지 모르겠어요." 그러자 서울대 선배들이 "할 수 있다"며 홍군의 등을 두드리며 격려했다.
학생들은 박물관과 차세대자동차연구센터를 둘러봤다. 서울대 화학부 학생 6명이 불꽃반응 실험과 거품 뱀 만들기 등 과학체험 기회를 마련했다. 서울대에 다니는 장애 학생들과 만나는 자리도 있었다. 공업디자인 전공인 소혜진(27·디자인학부 4년)씨는 "장애인이라 무엇무엇은 할 수 없다고 말하지 말고 '난 이것을 잘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믿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아들 박준석(11)군의 휠체어를 밀어주던 홍은경(40)씨는 표정이 계속 밝았다. "봉사동아리 대학생들이 참 고맙네요. 사실 장애 학생들을 위한 진학·진로 정보는 너무도 부족하죠. 이런 기회가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