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나이지리아와의 A매치 데뷔전을 치르는 조광래 대표팀 감독에게 10일은 너무 긴 하루였을 것이다.

먼저, 오후로 예정한 최종 훈련 시간을 정하는 것부터 적잖이 애를 먹었다.

조 감독은 태풍 뎬무 영향으로 폭우가 쏟아지자 당초 오후 7시에 훈련하기로 결정하고 오전 11시쯤 언론에 이 사실을 알렸다. 한데 하늘이 개자 비가 더 내리기 전에 훈련해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고는 훈련을 오후 5시로 2시간 당겼다. 하지만 또 장대비가 내리자 하는수 없이 오후 1시30분쯤 오후 7시로 훈련 시간을 재변경했다. 비슷한 시각 훈련장인 파주NFC 인근의 고양시 지역엔 호우주의보가 내려졌다.

조 감독으로선 이날 하루 밖에 선수들이 발 맞출 시간이 없어서 어떻게든 훈련을 해야 했다.

카타르 이적 과정에서 컨디션이 떨어져 나이지리아전 선발에서 제외된 수비수 조용형은 "빗속에서 훈련하면 아무래도 평상시 보다 좀 더 체력 소모가 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하며 훈련에 나섰다.

선수들의 건강이 염려됐을 조 감독은 하필이면 A매치 데뷔전 쏟아진 비를 야속해 했을 것이다.

이윽고 시작된 나이지리아전 대비 우중 훈련.

조 감독은 쉬지 않고, 그라운드에 뛰어들어 직접 훈련 지휘에 나섰다. 아직 수석코치를 구하지 못한 이유도 있고, 선수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축구를 알려주기 위해선 직접 몸으로 부딪히는 것 만큼 좋은 게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조 감독은 비에 시야를 방해받지 않기 위해 캡(챙이 달린 모자)을 쓰고, 레인자켓(비옷)까지 챙겨입고 나오는 등 훈련에 만반의 준비를 한 상태였다.

조 감독은 선수들을 두 패로 나눠 3-4-2-1 포메이션으로 포진시킨 뒤 대형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하는 훈련을 진행했다. 호각을 불어 방향을 지시하면 필드 플레이어 10명이 간격을 유지하며 일사분란하게 이동하는 훈련이었다. 선수들은 처음에 혼란스러워 했지만 이내 익숙해지자 이동에 속도를 냈다. 일부 선수의 움직임이 느려지면 고함을 치며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전형을 유지하면서 공격 전개를 하는 훈련도 반복했다. 이어 미니게임하면서도 조 감독은 그라운드 한 가운데서 비를 쫄딱 맞아가며 선수들의 움직임을 꼼꼼히 살핀 뒤에야 한 시간 가량 실시된 훈련을 종료했다.

빗물과 땀으로 범벅이 된 기성용은 "감독님이 전천후 미드필더를 원하시는 것 같다.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걸 강조하셨다"고 했다.

힘든 하루 일과를 마친 조 감독은 "선수들이 처음 접하는 훈련인데도 따라오려는 노력이 엿보였다"고 껄껄 웃으며 NFC 숙소 안으로 들어갔다.

< 파주=국영호 기자 iam90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