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국무총리 내정자가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것은 8일 오후 2시 57분. 그가 자리에 앉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길쭉한 책상 하나와 의자 7개만으로도 이미 꽉 찬 그의 서울 광화문 사무실(10㎡ 남짓)이 30명 넘는 취재진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짙은 남색 양복, 옅은 청색 줄무늬 셔츠에 노타이 차림으로 허리를 곧추세우고 앉은 그는 약 1분간 장내가 정리되길 기다렸다. 총리로 내정된 소감을 말하는 그의 손에 종이쪽지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이날 회견에서 양극화 해소를 가장 힘주어 강조했다.
김 내정자는 "잘나가는 사람들이 보통사람보다 더 잘나가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은 혜택과 더 많은 권력을 누린다면 이 사회는 분노할 것"이라며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고 정의감이 꿈틀거리는 대한민국이 미래의 소중한 가치와 좌표"라고 했다.
총리 발탁 배경에 대해서는 "'해도 안 된다'는 상실감에 빠진 20~30대에게 (자신이) 희망을 줄 수 있는 서민 출신, 농민 출신"이란 점을 들었다. 그는 "소 장수의 아들로 태어나 돈도 권력도 배경도 없는 내가 오로지 용기와 도전으로 바닥부터 도의원, 군수, 최연소 도지사 2번을 했다"며 "대한민국이 얼마나 기회의 땅이며, '하면 된다'는 용기와 도전을 갖고 뛰면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20~30대에게 주고 싶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재오 특임장관과의 역할 분담은.
"종합적으로 지혜를 구해서 정부와 이 나라가 잘 갈 수 있는 데 중지를 모아가겠다. 서로 열어놓는 정도(正道)대로 가면 소통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차세대 리더로서 이 대통령의 구상이 있는 건가.
"차기문제는 누가 시켜준다고 해서, 누가 인정해준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다. 국민 속에 신뢰받고 진실로 진정성이 평가받는가, 그게 전제될 때 가능하다."
―박연차 리스트에 올랐었는데….
"2010년 대한민국 수준에선 죄가 있으면 그걸 숨길 수 없을 것이다. 또 죄가 있는데 제가 (총리가) 된다고 없어지는 것도 아닐 것이다. 세상 떠나갈 듯 시끄럽지만 진실이 아니면 깃털 하나도 나오지 않고, 깃털 같은 진실이라도 (정말) 진실이면 태산도 움직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