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8일 신임 국무총리에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지명하고, 7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개각(改閣)을 실시했다. 정무(政務)와 북한 문제 등을 다루는 특임장관에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이주호 교과부 차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신재민 문화부 1차관, 농림수산부 장관 유정복 의원, 보건복지부 장관 진수희 의원, 고용노동부 장관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지식경제부 장관 이재훈 전 지경부 차관을 지명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현인택 통일부, 김태영 국방부 장관 등 외교·안보팀은 유임됐다.

김 총리 내정자는 올해 48세다. 김 내정자가 국회 청문회를 통과해 정식 임명되면 1971년 당시 45세였던 김종필 전 의원의 총리 임명 이후 39년 만의 첫 40대 총리가 된다. 새로 꾸려질 내각의 평균 연령은 58.1세다. 총리 내정자가 장관들보다 10살 정도 나이가 적다. 김 내정자는 1992년 국회의원 보좌관과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사회정책실장을 거쳐 경남도(道) 의원 4년, 거창군수 2년, 경남도지사 6년을 지냈다. 12년간 지방에서 정치·행정 경험을 쌓았기에 중앙무대에서의 행정·정치 경험은 거의 없다. 장관들보다 나이가 어리고, 중앙 정치권과 행정부처 경험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정부 부처 전체 업무를 조율·지휘하고, 정부 정책에 대한 국회 동의를 끌어내는 총리직을 수행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대통령은 개각을 앞두고 "사고(思考)가 젊어야 젊은이와 소통이 된다"고 했다. '40대 이하 세대와의 소통 강화'는 한나라당의 6·2 지방선거 패배 이후 여권(與圈) 전체가 고민해 온 문제다. 그러나 40대 총리 후보 발탁이 곧바로 젊은 층과 교감(交感)할 길을 열고, 젊은 층의 지지를 끌어오는 계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 세대가 직면한 사회·경제적 현안들을 함께 고민하면서 올바른 해법을 찾아가는 노력을 할 수 있느냐다. 김 내정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소(牛)장수의 아들로 태어나 돈도 없고 배경도 아무것도 없는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오른 것처럼 젊은 층에게 대한민국이 기회의 땅이고, '하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여권 일각에선 박근혜 전 대표가 앞서 가고 있는 현 여권 대선 경쟁 구도에서 김 내정자가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등과 함께 대안(代案)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김 내정자는 역대 정권마다 차기(次期)로 꼽히는 인물을 총리로 임명했지만 번번이 뜻을 이루지 못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당장의 총리직보다 정치적 미래에 더 신경을 쓰면 총리로서도 성공하지 못하고, 정치적 입지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이번 개각에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 출신'을 대거 발탁했다. 캠프 좌장이었던 이재오 의원을 7·28 재·보선에서 승리해 국회의원 배지를 단 지 11일 만에 특임장관에 임명했고, 신재민·이주호·박재완·진수희 등 40대 후반~50대 초반의 참모들을 장관으로 발탁했다. '대통령의 뜻'을 잘 아는 이들을 내각의 전면에 배치해 국정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그러나 야당은 "친위(親衛) 내각, 친정(親政) 체제"라고 했다. 국토해양부 장관을 유임시키고 대통령 측근들을 대거 기용한 것을 두고도 "4대강 관련 야당의 대화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금껏 이 정권은 '독선'과 '소통부재'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정권이 이런 비판에서 끝끝내 벗어날 수 없을지, 아니면 반대 진영에도 손을 내밀어 대화하고 타협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새 내각이 풀어야 할 숙제다.

청와대는 외교·안보팀 유임 이유로 석 달여 앞으로 다가온 G20 정상회의와 지금의 대북 제재 국면이 일정기간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꼽았다. '달리는 말 위의 기수(騎手)를 바꿀 수 없다'는 이야기다. 외교·안보 분야는 나라의 기본(基本)이 걸려 있는 만큼 국민적 지지 없이는 성공하기 힘들다. 유임된 장관들은 그간 왜 자신들을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았는지 되돌아보고, 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다시 세우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오늘의 사설]

[사설] 北, 금강산 불법관광이 국제 망신인 줄 모르는가
[사설] 이베이의 인터넷 쇼핑 독과점 횡포, 이대로 둬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