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 커크(Kirk) 미 무역대표부(US TR) 대표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가 발효되지 못하고 있는 책임을 한국에 떠넘기며 비판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커크 대표는 4일 연방 상원의 농림식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했다. 그는 의원들로부터 한·미 FTA에 대한 우려 섞인 질의를 들은 후, 한국이 미 의회의 '비우호적인 환경'을 이유로 뒤로 숨어 있지 말고 협상 테이블로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한·미 관계가 최근 버락 오바마(Obama)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한 다짐에서 입증되듯이 더 이상 튼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후, "가끔 우리의 (한국) 파트너들로부터 미국 국내 환경에 대한 얘기를 듣는데 솔직히 나는 그들에게 심하게 반박한다"고 했다. 그는 "나는 우리의 교역 파트너들이 미국 의회의 태도에 관해 우려하면서 뒤로 숨는 것에 대해 일종의 신물이 났다"며 "미국 국민들이 좋지 않은 교역 결과를 갖도록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커크 대표는 또 "한국이든 세계무역기구(WTO)의 어떤 회원국이든 간에 미국 내의 '환경' 뒤에 머물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협상) 테이블로 나와 진정한 시장접근을 제공하고, 자신들의 행동을 개혁하고, 우리가 그들에게 부여한 것과 똑같은 권리를 우리에게도 줘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커크 대표의 발언은 청문회에 출석한 상원의원들을 배려한 것이라고 해도 한·미 FTA가 발효되지 못하는 책임을 전가하며 한국정부를 비판한 것은 사실을 왜곡하는 무책임한 처사라는 평을 받고 있다. 2007년 6월 한·미 FTA가 체결된 후 3년이 넘도록 발효되지 않고 있는 것은 미국 내부문제 때문이지 한국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바마 정부는 전임 조지 W 부시(Bush) 정부가 합의한 한·미 FTA 내용이 일부 미흡하다고 보고 재논의를 주장하지만, 한국에 제시할 수정안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미국은 여전히 어떤 안을 제시할 지를 내부 논의 중이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커크 대표가 자극적인 발언을 한 것은 다목적 포석으로 분석된다. 한·미 FTA 추가 논의에서 한국에 조금이라도 더 양보를 받아내기 위해 압박을 하고 나온 측면이 있다. 조만간 본격적으로 시작될 양측 간의 논의에서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의도적인 발언일 가능성도 있다. 또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염두에 두고 한·미 FTA를 반대하는 노조 등 민주당 지지세력에 '영합'하기 위해서 인기발언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커크 대표의 발언은 앞으로 진행될 한·미 간의 추가 논의가 상당히 험로를 걸을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 것이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앞으로 한·미 FTA 재논의 과정에서 커크 대표의 이날 발언보다 훨씬 더 자극적이고 강경한 발언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 한다. 한국이 이에 대해 슬기롭게 대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커크 대표는 이날 한·미 FTA의 핵심 쟁점인 자동차와 쇠고기 문제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기아(현대) 자동차의 사례를 거론하면서 "미국 내에서 79만대의 기아차가 팔렸지만, 한국에서는 모든 미국 차를 합쳐도 7000대를 넘지 못한다. 이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한국의 전면 시장개방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는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을 전면 준수한다는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는 점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한 적이 없다"고 말해 월령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을 주장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