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왱~ 관악산, 관악산 구조 출동대기!"

지난달 31일 오후 2시 54분쯤 날카로운 사이렌이 무더위 속 정적을 찢으며 경기도 용인 '경기도 소방항공대'에 울려 퍼졌다. 관악산 등반사고자 구조 지시였다. 인근 관제소와 군(軍) 시설에 긴급 무전으로 비행 허가를 받는 4분여 동안 주황색 비행복을 갖춰 입은 김태완 소방경 등 5명은 '날듯이' 뛰어 '비둘기 1호' 119소방헬기에 몸을 실었다. 기자도 이들을 따라 다급히 헬기에 올랐다. 오후 2시 58분, 헬기가 굉음을 내며 뜨더니 북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소방항공대 구조대원들은“응급환자를 헬기에 끌어올릴 때가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라 했다. 지난달 31일 오전 경기도 소방항공대 대원들이 수리산에서 오른쪽 발목이 골절된 응급환자를 소방헬기 안으로 긴급히 끌어올리고 있다.

◆"헬기 출동은 급변하는 날씨와 시간과의 전쟁"

"오늘 시정(視程)이 왜 이렇지. 구름이 많네." 기장 김 소방경이 소리쳤다. 낮게 깔린 구름 사이로 산들이 뿌옇게 보였다.

"시속 250㎞, 고도 330m로 비행 중"이라며 관제탑에 무전을 친 김 소방경은 "구름이 많을 때는 높이 날지 못해 산봉우리 송전탑, 높은 빌딩이 다 장애물이 되기에 몇 배는 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70㎞의 하늘길을 12분 정도 날아 오후 3시 10분 헬기는 관악산 인근에 도착했다.

기자의 눈에는 울창한 나무에 가려 사고 장소가 어딘지 보이지도 않았지만 대원들은 단번에 찾아냈다. 김 소방경은 "33년 동안 6500시간 비행경력"이라며 "경기도 인근 산악지역 지도는 머릿속에 다 들어 있다"고 했다.

강풍으로 5분여 동안 사고 장소에 접근하지 못하고 맴돌던 헬기가 사고 장소 상공에서 위태롭게 정지 비행을 시작했다. 산 정상에서 불과 10m쯤 위다. 김정열 소방위는 헬기 한쪽 문을 열어젖히고 기내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구조인양기(hoist)로 구조용 줄을 아래로 내렸다. 헬기 날개가 만든 흙 바람이 산 정상 부근에 거세게 불었지만, 지상의 안양소방서 대원들은 환자가 누워있는 들것에 줄을 단박에 연결했다. 환자가 얼굴과 왼쪽 다리에 붕대를 감은 상태로 들것에 실려 끌어올려졌다. 출동 17분 만이다. 김 소방경의 긴장한 얼굴에 어느새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헬기가 갑자기 옆으로 50㎝만 움직여도 줄에 매달린 환자가 받는 영향은 엄청나죠. 초긴장 상태에서 응급 환자 구조를 진행합니다."

구조된 50대 여성은 바위에서 발을 헛디뎌 얼굴과 어깨, 왼쪽 다리에 골절상을 입었다고 했다. 임한근 소방교가 "다리는 괜찮으세요"라고 묻자, 여성은 눈을 감은 채 고개만 겨우 끄덕였다. 헬기는 오후 3시 18분 정부과천청사 헬기장에 도착해 대기 중이던 구급차에 환자를 인도했다.

◆"생명 구하는 보람, 무엇과도 바꿀 수 없어"

최근 등산 인구 증가로 119헬기 출동 건수도 늘었다. 경기도 소방항공대는 2008년 519회, 작년 608회 출동했다. 올해도 6월 말까지 248회 출동했다. 하루 평균 2회. 주말엔 5번 출동하는 일도 많다. 등산객이 많은 가을 단풍철에는 하루 종일 헬기가 떠 있을 때도 있다.

그래도 생명을 구한 보람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박정훈 소방교는 지난달 30일 밤 경기도 육도에 심근경색 환자가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야간 구조 작전을 펼쳤다고 했다.

"다행히 환자 목숨을 건졌어요. 병원 응급실로 환자를 수송하며 '치료 잘 받고 가세요' 했더니, 환자가 말없이 제 손을 꽉 잡아주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