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만 쫓다가는 언젠가는 탈이 난다는 걸 알았다."

4년전 만 17세의 마린보이는 아시아를 깜짝 놀라게 했다. 2년 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선 전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한국수영이 낳은 불세출의 스타 박태환(21ㆍ단국대)은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금3, 은1, 동3에 전체 MVP에다 베이징에선 금1, 은1로 한국수영사를 완전히 새로 썼다. 그리고 지난해 로마 세계수영선수권에선 노 메달로 충격을 던졌다.

롤러코스터를 탔던 지난 4년, 박태환의 앞에는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이 다가왔다. 3일 현재 광저우아시안게임(11월12일 개막)까지 101일 남았다.

2일 서울 태릉선수촌 수영장에서 만난 그는 세계정상을 향해 겁없이 달려들었던 풋내기가 아니었다. 세계 정상 이후 처절한 실패를 맛보고 다시 더 큰 목표를 위해 이전과는 다르게 접근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라이벌 장린, 쑨양(이상 중국) 등이 출전하는 광저우아시안게임은 박태환에겐 분명 명예회복의 무대이다. 예전 같으면 반드시 금메달을 따 로마 실패를 만회하겠다 했을 것이다. 하지만 박태환의 대답은 기자의 생각과는 달랐다. "올초부터 함께 훈련하는 마이클 볼 감독님은 이런 얘기를 해주셨어요. 성적을 위해 쫓아가면 언젠가는 탈이 난다. 연습이 곧 경기다. 연습 결과가 경기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박태환은 올해 만 21세. 그는 17세에 아시아를 정복했고, 19세에 자유형 400m에서 세계 최고의 자리에 섰다. 전문가들은 "박태환은 영법 등 기량 면에선 이미 세계정상급에 올라있는 선수다. 나무랄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어느 대회에서든 메달 색깔은 마음가짐을 어떻게 가지느냐에 달렸다"고 말한다.

박태환은 1년 전 로마 참패에 대해 "어린나이에 올림픽 우승으로 목표를 이루고 나니까 아무래도 긴장감이 떨어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볼 감독님이 장린에 대해 유럽 투어에서 좋은 기록이 아니었지만 장린이 못했다고 생각하지 마라. 몸이 올라오지 않았을 뿐이다. 아시안게임에서 분명히 너의 큰 목표물이 될 것이다고 말해주었다"고 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박태환에 처졌던 장린은 1년 만에 로마에서 박태환에게 제대로 한 방 먹였다. 출전한 종목마다 박태환 보다 앞섰다.

박태환은 지난달 국내에서 오랜만에 출전한 김천 MBC배 전국수영대회 자유형 200m에서 자신 최고 기록보다 2초 남짓 떨어지는 기록을 냈다. 일부에선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불안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박태환은 "현 시점에선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도 기록이 좋지 않다. 2주 앞으로 다가온 팬퍼시픽선수권대회에서 최선을 다하면 그만이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투어 같은 대회에 많이 출전하고 싶지만 성적이 안 좋았을 때 들리는 비난에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

오는 19일(한국시각)부터 미국 어바인에서 열리는 팬퍼시픽대회는 태평양 연안 국가인 미국, 호주, 일본, 캐나다 등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총출동하는 대회이다. 자유형 200ㆍ400ㆍ1500m에 나갈 예정인 박태환에겐 광저우 아시안게임 성적을 미리 점쳐볼 수 있는 전초전인 셈이다. 지난주까지 하루 최대 1만4000m를 헤엄쳤던 박태환은 이번주부터 조정기에 들어가 거리를 줄이고 있다. 노민상 수영대표팀 감독은 "훈련량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다른 말은 못하겠고 박태환이가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