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러브 스토리'는 하버드대와 래드클리프 여대를 무대로 했다. 하버드 학생 올리버가 래드클리프 여대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갔다가 여학생 제니퍼를 운명적으로 만났다. 제니퍼가 올리버에게 "하버드엔 500만권이나 있는데 여긴 뭐 하러 왔느냐"고 빈정거리면서 사랑이 싹텄다. 영화 속 연인은 잔혹한 운명 앞에서 헤어졌지만 그들이 다닌 대학은 지금 하나가 됐다. 래드클리프 여대는 1991년 하버드에 통합됐다.

▶세계 최초 여자대학은 1869년 영국에서 여학생 다섯 명으로 문을 연 거턴 칼리지다. 첫 입학생들은 '선구자'로 불렸다. 여성 교육을 선도했지만 1977년 남학생을 받아들이기 시작해 남녀공학이 됐다. 세계적으로 여자대학 숫자가 준다고 한다. 25년 전 300여개였던 여대가 이젠 58개밖에 안 된다. 국내에서도 4년제 여대는 일곱 개뿐이다. 남녀평등 의식이 높아졌고 남녀공학을 선호하는 여학생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대에 대한 편견도 작용한 듯하다. 영화 '타짜'에서 사기도박단 여자가 거드름을 피우며 "나, 이대(梨大) 나온 여자"라고 한 게 여대를 비하한 것 아니냐는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대 나온 소설가 12명이 지난해 공동 소설집 '이화, 번지점프를 하다'를 냈다. 이대에 대한 세간 편견을 벗어나 다양한 '이화인'의 초상을 그려 보려 했다. 영문과 출신 작가 권지예는 "이화라는 이름, 여대라는 이름을 거부하고 싶은 적이 많았다"며 '이대생'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미국 영화 '모나리자 스마일'은 1950년대를 배경으로 상류층 현모양처를 양성하는 웰즐리 여대를 다뤘다. 영화엔 가부장제가 원하는 여자를 만들어내는 학교라는 냉소가 깔려 있다. 그러나 웰즐리 여대는 클린턴 국무장관,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같은 여성 리더를 숱하게 배출한 곳이다.

▶경제지 포브스는 지난해 "여학생이 성공하려면 여대를 가라"며 웰즐리를 비롯한 10대 명문 여대를 꼽았다. "남녀공학에 다니는 여성은 상대적으로 리더가 되기 힘든 반면 여대에서는 리더로 성장할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여자들끼리 모이니까 외양보다는 자기 능력 계발에 더 힘쓰게 된다"고도 했다. 여대 특유의 장점이 경쟁력이라는 얘기다. 20세기 미래학자들은 21세기가 '여성적 가치의 시대'라고 내다봤다. 그 예측을 실현할 교육 프로그램을 짜내는 지혜가 여대의 미래를 좌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