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親李)계 좌장’ ‘MB의 남자’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정치적 명운(命運)이 걸린 ‘은평을 대전(大戰)’에서 살아 돌아왔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에 패한 뒤 2년3개월 만에 ‘4선(選)’으로 여의도로 복귀한 셈이다. 특히 지방선거 참패 여파와 야권 후보 단일화라는 ‘암초’를 뚫고 ‘나홀로 선거’를 통해 거둔 승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는 평가다.
이 당선자는 28일 내내 집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승리가 확정된 오후 10시 30분쯤 서울 불광동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내 참모진을 격려했다. 그는 “은평구에 할 일이 많기 때문에 주민들이 은평 발전을 위해 필요한 ‘지역 일꾼’을 선택해주신 것 같다”며 “7월 들어선 3시간 이상 잠을 잔 적이 없을 만큼 온몸을 던졌는데, 그 정성이 통한 것 같아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향후 정치적 역할에 대해서는 “차차 생각해 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이 당선자는 이날 아침 투표를 마친 뒤에는 “잠을 좀 자야겠다. 그동안 꿈을 꿀 틈도 없었다”고 소회를 밝혔었다.
이 당선자측은 그동안의 여론조사 결과와 현장에서 느낀 바닥민심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승리를 예감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은평을의 투표율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자 "혹시나"하는 불안감에 막판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일부 참모들이 오후에 직접 투표장을 돌며 투표자들의 연령대 등을 확인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개표 초반부터 안정적으로 앞서나가자 비로소 안도의 한숨이 터져나왔다.
이 당선자는 총선에 이어 이번 재선거에서까지 은평구민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면 정치적 재기(再起)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일부 측근들이 "위험한 도박"이라며 출마를 말렸던 이유다. 하지만 이 당선자는 "주어진 고난의 길을 피할 수 없는 입장"이라며 정면 돌파를 택했고, 이번 선거에 정치 생명을 걸었다.
그가 선거 기간 중 트위터에 올린 “드디어 악수하는 오른손이 붓기 시작한다. 오, 도와주소서”(25일), “아들놈 하나 있는데 선거에 영 도움이 안 된다. 회사 일이 더 급하다고 코빼기를 볼 수 없다”(20일), “널려 있는 것이 다 표밭이다. 마음은 급하고 갈 곳은 많고. 나흘이 하루 같다”(18일)는 글에는 절박했던 심정이 잘 드러나 있다.
이 당선자의 귀환은 하지만 이러한 ‘개인 차원’보다는 지방선거 참패, 세종시 수정안 부결 등으로 곤경에 처한 친이 주류 전체의 향후 진로 차원에서 더 큰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친이계는 확실한 ‘중심’이 없이 표류해왔고, 최근 ‘선진국민연대 논란’을 둘러싸고는 내분 양상까지 보여왔다. ‘4선 이재오’가 자연스럽게 친이계를 추스르고 난국을 헤쳐나가는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 당선자는 또 향후 개각, 4대강 사업 등 각종 국정 현안에서 이심(李心)을 바탕으로 당내 여론을 주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 당선자는 “정부와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협조도 대통령과 당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이 해야 한다”며 당·청 간 교두보 역할을 자임한 바 있다. 한 측근 의원은 “이 당선자가 그냥 청와대에 끌려가는 게 아니라, 당에 좀 더 힘을 실으면서 당·청 관계의 중심을 잡아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2012년 대선 레이스에서 박근혜 전 대표와 경쟁할 주류측 후보를 내세우는 과정에 이 당선자가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이재오 복귀를 계기로 차기 대권을 향한 친이·친박 간 본격적인 세 대결 양상이 펼쳐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친이계 한 의원은 “이재오의 의도와 상관없이 그의 존재 자체가 친박들에게는 불안요소가 아니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