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추진 중인 대북 금융제재의 윤곽이 드러났다.
워싱턴 DC의 고위 외교소식통이 25일 밝힌 3단계 대북 금융제재의 특징은 미국의 금융기관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1·2단계에서는 버락 오바마(Obama) 행정부 차원에서 문제가 많은 북한의 주체(entity)들을 압박할 방침이다. 특히 중국과 동남아에서 북한과 거래해온 금융기관들에 대해 직접 대북거래 중단을 요청할 계획이다. 이 같은 요청에도, 제3국의 금융기관들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에는 세계의 금융망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 은행들이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 소식통은 "예를 들어 중국의 B·C 은행이 비협조적으로 나올 경우, 미국의 C은행 등에 이들 은행과의 거래를 끊으라고 권고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 은행과 거래가 끊기는 것은 해당 은행으로서는 치명적인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의 이 같은 언급은 이미 미 재무부가 대북 제재와 관련된 내용을 해당 금융기관들과 논의 중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미국은 9·11 테러 이후에 제정된 애국법(Patriot Act) 등을 활용, 미국의 안보에 조금이라도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민간기업의 적극적인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
이 소식통은 또 이번 대북 금융제재를 통해 '제2의 BDA(방코델타아시아)'와 같은 효과를 노리고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은 이번에 특정 은행보다는 주로 문제가 많은 계좌 중심으로 추적하고 있지만, 의외의 효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소식통은 "BDA 제재는 미 행정부가 미국 은행을 대상으로 'BDA가 문제가 많으므로 거래를 하지 마라'고 권고했을 뿐인데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 2005년 북한과 음성적인 성격의 거래를 해온 것으로 의심받아온 마카오의 은행 BDA를 '돈세탁우려 대상'으로 지정했다. 그러자 위기감을 느낀 BDA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치자금으로 알려진 2500만달러를 동결시키는 조치를 내림으로써 북한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따라 로버트 아인혼(Einhorn)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별보좌관(대북제재 조정관 겸임)은 다음 달 2일쯤 한국과 중국, 동남아 등을 방문하며 미국의 이 같은 방침을 적극적으로 이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중국 정부와 은행들이 미국의 조치에 대해 얼마나 협력하느냐가 대북제재 조치의 성과를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 정부 관계자들은 세계 금융권으로 완전한 편입을 희망하는 중국 은행들이 미국의 협조 요청을 쉽게 거부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