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봄·여름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패션쇼에서 선보인 종이 드레스.

친환경이란 딱지가 붙으면 가격이 더 올라가는 세상. 옷감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뜨고 있는 건 종이로 만든 옷(Paper fabric clothes).

10년 전만 해도 종이로 만든 옷은 일부 패션학도들이 졸업작품전에 내놓는 '실험'에 가까운 작품이었다. 그런데 2006년 무렵부터는 이웃 나라 일본부터 미국·유럽의 유명 디자이너들이 간택하는 소재로 급부상했다. 가볍고 땀과 냄새를 잘 흡수하는 데다, 종이섬유 중 일부는 오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썩어 사라져 환경에 무해하다는 장점까지 지니고 있다.

전위적인 옷을 만들기로 유명한 벨기에 브랜드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Maison Martin Margiela)'의 2010년 봄·여름 컬렉션. 무대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한 작품이 바로 종이로 만든 드레스였다. 겉보기에도 구겨놓은 종이처럼 생겼을 뿐 아니라, 실제 소재도 종이와 일반 실을 섞어 만든 옷이다. 옷과 건축을 절묘하게 결합하는 디자이너답게 소재도 혁신을 꾀했다.

세계 최대 섬유전시회로 불리는 프랑스 '프리미에르 비종(Premiere Vision)'에서도 종이 섬유의 활약은 두드러진다. 일본은 전통 종이 화지(和紙)와 면을 결합해 만든 최첨단 섬유를 전시회에 내놨고, 한국에선 한지(韓紙)와 면사를 혼합해서 만든 섬유 한지사(韓紙絲)를 선보였다. 일반 면사보다 7배 정도 비싸지만, 친환경 소재라는 이유로 잘 팔린다.

한지사를 만드는 쌍영방적 김강훈 대표는 "한지로 만든 옷은 가볍고 빨리 마르는 데다 마(麻) 소재 옷처럼 시원한 게 특징"이라며 "처음엔 기능성 의류에만 쓰였지만 요즘엔 아기옷, 청바지, 여성용 블라우스나 원피스에도 많이 쓰인다"고 말했다.

최근 각광받는 신인 디자이너 정욱준도 2009년 패션전문학교 에스모드 서울과 손잡고 한지사를 활용한 옷을 만들어 전시한 바 있다. 에스모드 서울측은 "종이를 활용한 옷은 '첨단의 옷'이란 이미지가 있어 유명 디자이너들도 한 번쯤은 만들어보고 싶어한다"며 "앞으로 더욱 비싸게 팔릴 아이템"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