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가 미국에 연구용으로 임대, 지난해 5월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공개된‘재미(在美) 휴보’.

EEWS, KI, URP, HRHRP, MH, OLEV, HUBO2…. 마치 암호문과도 같은 이 알파벳 약자들의 의미를 해독하면 지금 카이스트 캠퍼스에서 펼쳐지는 연구의 윤곽이 드러나게 된다.

EEWS(Energy, Environment, Water, and Sustainability)는 '에너지 (고갈), 환경 (오염), 물 (부족), 지속가능한 성장' 등 21세기 인류가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과학적 노력이다. 카이스트가 2008년부터 EEWS 기획단을 구성해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분야로, 한 마디로 '지구를 살리는 녹색기술 연구'라고 할 수 있다. 올해는 유연한 리튬전지, 안전한 핵연료 재사용, 고효율 바이오부탄올, 한국형 LED(발광다이오드) 등 7대 주력 과제가 선정됐다.

KI(KAIST Institute)는 개인의 전공 연구 분야, 특정 학과의 학문 분야를 뛰어넘어 서로 융합, 새로운 연구 분야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소 시스템이다. 신약을 발굴하는 바이오융합연구소, 휴먼컴퓨터의 상호작용 등을 연구하는 IT융합연구소, 차세대 영상 기술과 엔터테인먼트 로봇 등을 분야로 삼는 엔터테인먼트공학연구소 등이 있다.

연구는 교수와 대학원생들의 전유물인가? 카이스트에선 그렇지 않다. URP(Undergraduate Research Participation)는 '학부생 연구 참여' 프로그램이다. 재학 중인 학사 과정 학생들이 지도교수·조교의 지도하에 실질적인 실험·연구를 할 수 있게끔 연구비를 지원하고 학점과도 연계해 창의적인 인력을 양성하는 역할을 한다.

아예 실패를 염두에 둔 프로젝트도 있다. '고위험 고수익 연구'인 HRHRP(High Risk High Return Project)는 기관 입장에서 위험을 다소 감수하더라도 보다 창의적이고 영향력이 클 것으로 기대되는 연구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동하는 부두'인 MH(Mobile Harbor)와 '온라인 전기자동차'인 OLEV(On-Line Electric Vehicle)는 서남표 총장이 제안해 카이스트 주도로 진행 중인 프로젝트다. MH는 배가 부두로 온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부두가 선박까지 이동해 하역작업을 벌이는 개념이고, OLEV는 지표면 아래 전원 공급장치를 깐 뒤 전기차가 무선으로 전기를 공급받아 배터리 충전의 걱정이 없게 하는 방식이다. 둘 다 과학계 일각의 반대를 무릅쓰고 '국부(國富) 창출의 원천기술'로서 꾸준한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카이스트가 지난해 개발한 인간형 로봇 'HUBO2 (휴보2)'는 두 다리로 달리는 국내 첫 로봇으로 일본을 제외하면 미국·유럽도 아직 달성하지 못한 고난도 기술을 실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