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신라호텔에서 삼성그룹 신규 임원들을 축하하기 위한 부부 동반 만찬 행사가 있었다. 유석렬 삼성토탈 사장의 인사말에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이 건배사를 했다. 이 부사장은 "이 자리까지 온 데 대해 정말 축하드립니다. 이런 말도 있지 않습니까. 억울하면 출세하라고. 그렇지만 잘나갈 때 너무 우쭐대지는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흔히 임원을 '기업의 별'이라고 한다. 삼성그룹의 임원은 웬만한 다른 그룹 CEO보다 낫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부러움의 대상이다. 일본 닛케이비즈니스도 얼마 전 특집 기사에서 삼성전자 임원들이 받는 수억~수십억원의 연봉을 "일본 기업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액수"라고 했다. 고급 승용차, 사무실, 골프장 출입을 비롯해 임원이 되면 달라지는 게 70가지를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임원'은 '임시 직원'의 준말이라고 할 만큼 불안한 자리다. 실적이 나쁘면 언제든지 잘릴 각오를 해야 한다. 업무 부담이 크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연초에는 삼성전자의 엘리트 부사장이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자살했다.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어울리던 중 미국에 출장 간 사장의 전화를 받으면 밤 11시에도 다시 출근해야 하고, 신입사원 때부터 20여년간 휴가를 한 번도 가지 않았다는 임원도 있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삼성전자 임원의 연봉 수준과 퇴직 임원에 대한 처우 내용이 최근 처음으로 밝혀졌다. 작년 초 교통사고로 사망한 어느 부사장의 유족과 보험회사 사이의 소송에서 그 임원이 2008년에 급여와 상여금, 이익배분금을 합쳐 모두 10억2000여만원의 연봉을 받은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유족들에게 나온 퇴직금도 17억원이 넘었다. 퇴직 후에도 2~3년간 계약직 임원이나 자문역으로 재직 때 연봉의 40~70%를 보장받는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삼성전자 부사장들이 다 연봉 10억원을 받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사고를 당한 임원은 부사장 중에서도 고참이었고, 그가 맡고 있던 휴대전화 부문의 실적이 좋았기 때문에 특별히 많았다는 설명이다. 그렇다 해도 일반 샐러리맨들에게 10억원의 연봉은 꿈 같은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소득세 등을 다 떼어가도 매월 5000만원 안팎은 받는다는 계산이니까.

[삼성이여, 자만에 빠진 소니의 전철 밟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