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56) 경남FC 감독이 차기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확정됐다. 조 감독은 20일 "대한축구협회로부터 19일 대표팀 감독에 내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축구협회는 21일 기술위원회를 열고 차기 감독을 결정한다. 사실 조 감독은 거론된 후보 중 거절 의사를 밝히지 않은 거의 유일한 인물이었다. 정해성 전 대표팀 코치, 최강희(전북)·황선홍(부산)·김호곤(울산) 감독이 고사한 것과 대조가 됐다. 그런데 왜 이리 선임이 늦어진 것일까.
■원칙 없는 축구협회
'조광래 카드'를 두고 축구협회는 오락가락했다. 지난 2일 허정무 감독이 사임 의사를 밝힌 후 13일 기술위에서 차기 감독을 정하려 했지만 조중연 축구협회장의 '부적절한 발언'이 나온 것이다.
조 회장은 15일 월드컵 기념 만찬에서 "이회택 기술위원장에게 폭넓은 감독 후보를 찾기 위해 국내외 지도자를 망라하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느닷없이 '외국인 감독 카드'가 등장하자 의혹이 더 커졌다.
그러자 조 감독이 축구계의 대표적 '재야 인사'라는 사실이 부각됐다. 작년 축구협회장 선거 때 조 감독은 허승표 당시 한국축구연구소 이사장을 지지했다. 조 회장 입장에선 섭섭할 수밖에 없는 관계가 된 것이다. 일부 기술위원들은 조 회장의 발언 후 '이번 대표팀 감독은 국내 지도자가 맡는다'는 기술위 합의를 깼다며 반발했다. 축구협회는 회장이 부회장 등 각 임원을 임명하기 때문에 자연히 '회장 라인'으로 채워질 수밖에 없다.
반면 기술위는 약간 사정이 다르다. 기술위는 이회택 위원장을 비롯해 10명이다. 그 중 김순기 수원 스카우트, 최기봉 FC서울 강화부장, 손종석 전 대전 스카우트, 정해원 인천 스카우트 등이 이 위원장과 가깝다고 한다.
조영증 기술교육국장도 협회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반면 소장파인 신재흠 연세대 감독, 강영철 성균관대 감독, 송선호 전 제주 스카우트, 이영기 여주대 감독 등은 이번 대표팀 감독 인선에서 원칙을 강조했다.
협회 관계자는 "조 감독으로 가는 분위기에서 외국인 감독 얘기가 갑자기 나왔을 땐 '윗선'의 입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 게 사실"이라며 "젊은 기술위원들의 반발과 여론의 악화로 협회가 눈치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조광래는 누구
대표팀 사령탑의 꿈을 이룬 조광래 감독은 '축구계의 여우'로 불린다. 명문 진주고에 시험을 쳐서 합격했을 정도로 공부를 잘했던 조 감독은 고교 입학 후에야 축구를 시작했다.
영리한 플레이로 '컴퓨터 링커'란 별명을 얻는 등 1975년부터 12년간 대표팀 주전 미드필더로 이름을 날렸다. 선수를 읽는 눈이 뛰어나다는 것이 지도자 조광래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다.
조 감독은 2000년대 초반 안양 LG(현 FC서울) 감독을 지내며 최태욱과 김동진을 길러냈고, 2004년엔 16살 소년이던 이청용(볼턴)을 프로 무대로 데려왔다. 남아공월드컵에서 두 골을 터뜨린 이정수를 수비수로 전향시킨 것도 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