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서울 강변북로에 인접해 한강 전망이 빼어난 G아파트에 작은 소동이 있었다. 한강 쪽 아파트 경계에 심은 조경수(造景樹)인 소나무 2그루와 느티나무 2그루 나뭇잎들이 붉은 갈색으로 변하며 죽은 것이다. 5년 전 아파트 건설 때 옮겨 심어 키가 6~7m나 자란 나무들이 흉측한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죽은 나무를 발견한 주민들과 관리사무소가 조사에 나섰다. 조경전문가인 한 주민은 "재선충 등 병에 걸린 증상은 없고, 누군가 땅에 제초제 같은 약을 뿌려 죽인 것"이라고 말했다. 바르는 약은 나무 표피를 벗겨 내거나 줄기를 잘라야 하는데, 나무를 해친 흔적은 없었다. 이 주민은 아파트입주민대표회의에 이 사실을 알렸고 주민 비상회의가 소집됐다.

풍성한 느티나무 잎들과 곧게 뻗은 소나무들 탓에 아파트 저층(底層) 주민들이 한강을 보지 못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저층 주민의 소행일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다. 6월 초 관리사무소는 아파트 동마다 출입문에 "나무를 죽인 주민이 빨리 자수하고 원상회복하지 않으면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쓴 안내문을 붙였다.

'범인'은 고발 경고장이 붙은 바로 다음 날 나타났다. 예상대로 '저층 주민'이었다. 그는 자기가 죽인 나무들과 같은 나무를 다시 심는 조건으로 주민들과 합의했다. 죽은 것과 같은 소나무 1그루 가격은 200만원, 느티나무 1그루는 60만원 정도다. 주민들은 그를 고발하지 않았고, 이 일이 아파트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하자고 '입단속'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인 출입이 철저하게 통제되는 이 아파트에는 기업인과 교수, 의사 등 지도층과 부유층이 많이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리사무소 직원은 "여기 사는 주민들에게 나무를 새로 사다 심는 비용 600만원 정도는 전혀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