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들이 총 사업비 1조원 규모의 국립자연사박물관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세계적인 자연사박물관을 건립하겠다며 유치 경쟁에 뛰어든 지자체는 인천 강화군, 경기 화성시와 양평군, 서울 노원구, 전북 남원시, 경북 의성군, 경북 안동시, 전북 부안군 등 모두 7곳이다.
국립자연사박물관은 1990년대 후반 정부가 6500억원을 들여 짓겠다고 밝힌 국책사업이다. 그러나 외환위기로 주춤했다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시 추진되고 있다. 지자체들은 사업비만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돼, 박물관 건립이 지역경제 발전은 물론 지자체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국립자연사박물관이 없는 나라는 거의 없다"며 "지역 접근성과 특성, 유물 전시능력, 경제적 효과 등을 고려해 건립 지역을 선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강화군과 화성시가 최근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강화군은 지난주 영국 대영박물관 앤더슨 전 관장을 초청해 국제심포지엄을 여는 등 박물관 유치를 위해 쏟고 있으며, 인천시까지 나서 홍보전을 돕고 있다. 강화군은 하점면 부근리의 30만여㎡땅을 박물관 부지로 활용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으며, 부지 타당성 용역조사를 9월까지 마친 뒤 그 결과를 문체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강화군 관계자는 "해당 지역 반경 10㎞ 이내에 강화지석묘(사적 137호) 등 10개의 문화유적지가 포진해 있어 강화가 최적지"라고 말했다.
화성시는 최근 경기도의 도움을 받아 영국 및 프랑스 국립자연사박물관, 미국 스미소니언재단으로부터 박물관 운영방법과 전시유물, 연구 노하우 등을 전수받기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화성시는 시화호 일대 공룡알화석지(159만㎡)에 국립자연사박물관 부지를 확보해놓아 부지 매입비가 따로 필요없고, 181개의 공룡알 화석이 있는 점을 강점으로 들고 있다. 화성시 관계자는 "세계적인 자연사박물관과 꾸준히 교류할 것"이라며 "특히 영국 박물관의 딕슨 관장이 전시 유물 자료를 제공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2007년부터 공룡전을 열고 있는 노원구는 불암산 자락 27만7000여㎡에 박물관을 건립해 각종 화석과 곤충, 조류 표본 200만점을 전시하겠다는 구상이다. 지역 주민들로부터 박물관 유치 서명을 받아 문체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남원시는 지리산 국립공원과 연계해 운봉읍 용산리 33만여㎡ 일대에 박물관을 짓겠다는 구상이다.
의성군은 금성면 제오리 부근 96만 5000㎡를 국립자연사공원으로 조성, 이 안에 박물관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의성군은 천연기념물 373호로 지정된 제오리 공룡발자국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화산인 금성산이 위치해 있어 자연사박물관 장소로 적합하다는 입장이다. 의성군 관계자는 "우리 군이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이미 작년 12월 국립자연사박물관 타당성 용역조사 결과를 문체부에 제출할 정도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심포지엄이나 간담회를 수시로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체부는 "박물관 건립은 장기적인 과제이며 건립한다는 사실 외에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혀, 지자체들에 혼란만 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용산 미군 기지가 유력한 후보지의 하나이기 때문에 최종 부지 선정은 미군 기지가 이전하게 될 2014년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