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고령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것은 택시를 탈 때다. 때로는 예외도 있지만 40대 이하의 운전기사가 적다. 그 기사들은 예외없이 최신 부동산 시세에 밝았다. 그들과 얘기할 때마다 노후 설계를 부동산에 의존하는 한국 사회의 취약함을 느끼게 된다. 서울의 부동산 문제는 정치인들의 눈을 지방으로 돌리게 만들어 결국은 세종시 문제 등으로 국정을 흔들기에 이른 것 같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단순한 신도시 개발이나 인프라 건설이 성장에 직결되는 것은 기껏해야 생산 연령 인구는 증가하고 노인과 아이들 등 종속 인구는 줄어드는 '인구 보너스' 시기까지만이다. 한국의 인구 보너스 시기는 2010년으로 끝나고, 그 후에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된다. '살기 편한 곳' 혹은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곳'처럼 생활에 직결된 소프트 측면의 부가가치가 없이 하드 측면의 건설만으로 수익을 올리는 것은 어려워진다. 국민 불안의 근원도 여기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한 일이지만 '살기 편한' 기준은 다양하다. 공공 교통과 에너지 공급, 병원·복지 시설, 쓰레기 처리 등의 과제는 도시 지역과 비도시 지역의 사정이 다르고, 같은 도시 지역에서도 주택지와 오피스가의 사정이 다르다. 새로운 시대 부가가치의 원천은 다양한 요구를 세밀하게 발굴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종래의 중앙집권적, 획일적인 행정·재정의 발상으로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한국에서 여당이 참패한 지방선거를 통해 5기 지방자치가 출범했다. 한국 전체의 성장을 지속시키는 관점에서도 근본적인 쇄신이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는 재정 기반의 자립을 위해 지역사회 비즈니스를 일으켜야 하고, 주민의 요구에 호응하는 행정 서비스를 궁리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임기 중에 40% 이상의 시장·군수가 기소(起訴)되고, 그중 30%가 유죄 판결을 받았던 지난 4년과 같아서는 도저히 이런 새로운 부가가치 창조를 기대할 수 없다.
재정 악화로 고민하는 일본에선 1999년에 민간 자금을 활용한 공공시설정비법률(이른바 PFI법)이 정비돼 행정서비스를 민간에 넘기고, 관(官)과 민(民)이 서비스로 경쟁하는 시장화 테스트 제도가 도입됐다. 시장화 테스트의 대상은 교육·문화, 건강과 환경, 관청 청사와 경찰·소방시설, 도시기반(공원과 주차장, 공항 등), 생활과 복지 등 다양하다.
이를 추진한 것은 75%가 나라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였고, 그것도 소규모 단체였다. 10년간의 사업규모는 약 340건, 3조엔. 일본 전체의 거대하게 부풀어오른 공공부문과 비교해 보면 말 그대로 '빙산의 일각'이다. 하지만 2006년에 홋카이도 유바리시의 재정이 파탄 나고, 행정 서비스가 마비되자 지방자치단체들도 각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생활과 직결되는 부분에는 시민의 반응도 예리하다. 행정의 55%를 민영화하고, 872억엔에 달했던 채무를 12년 동안에 거의 제로로 만들려는 도쿄도(都) 스기나미구(區)까지는 안 되더라도 감사(監査) 청구권을 무기로 한 납세자들의 감시는 한층 엄격해졌다. 참여 의식이 높은 지자체 내에서는 지방 사업 비용과 그 위험에 대한 의식이 바뀌고, 투명성이 높아졌으며, 공공자산 관리 비즈니스 시장이 새로 생기는 등의 성과가 나왔다.
한국은 중앙 집권의 전통이 있고, 지방자치의 역사가 일천하다. 한국과 일본 상황은 다르다. 반면 한국에는 IT(정보기술) 기반이 있고, 일본처럼 몇 세대에 걸친 지방의 권력유착 구조가 없다는 이점도 있다.
사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시민단체가 지방과 지역사회에서 힘을 발휘한다. 한국에서는 시민단체가 국정만 논하면서, 권력지향적으로 보이는 것도 외국인에게는 이상한 점이다. 시민단체가 주민들의 지자체 감사청구 권한을 정비하고, 행정 서비스의 아웃소싱, 지역사회 내 민간 사업자로부터의 제안 접수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 한국의 시민사회 파워는 지역에서 더 공헌할 수 있지 않을까. 한국판 '고향 납세'(임의의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면 그만큼을 주민세에서 공제해 주는 제도) 제도를 도입해 고향의 지역사회를 지원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국가가 명령을 내리고 국민을 총동원하는 고성장시대는 끝났다. 성숙 사회에서는 스스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이것으로 성장을 지속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