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용복·㈜사라토가 회장

민선 5기 지방자치 시대가 열렸다. 세계 속의 도시가 되려는 부산이 새로운 시작을 준비할 시기이기도 하다. 지금은 문화경쟁력의 시대이다. 세계적 유명 도시들이 문화 사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도시 뉴욕이나 유럽의 파리 등 여러 도시들이 세계의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는 이유는 도시의 이미지에 '문화'란 포장을 해 놓았기 때문이다.

세계의 중심도시 뉴욕은 단지 돈이 많아서 세계를 대표하는 도시가 아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진 뉴욕은 문화적 상징이 필요했다. 사회 지도층의 전폭적 지지와 뉴욕 시의 전략적인 노력으로 추상표현주의의 대표 화가인 잭슨 폴록을 만들어 내었고, 잭슨 폴록을 계기로 뉴욕은 세계 문화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추상표현주의로 시작된 뉴욕의 문화는 거대한 돈을 불러들였고, 이 돈은 다시 수많은 예술가와 문화인들을 끌어들였다.

체코 프라하는 연간 방문 관광객 수가 1억명을 넘는 세계적 관광도시다. 그 이유는 찬란했던 중세 유럽의 유적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구시가지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거리의 공연 예술가들이 만들어 내는 음악과 낭만의 도시 분위기 덕분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필자가 세계 130여 개국을 여행하면서 프라하를 최고의 관광도시라고 느끼는 것은 후자 때문이라 생각한다. 발길 닫는 곳마다 펼쳐지는 좋은 문화공연이 마음 속 깊이 각인되어 있는 덕분이다. 카를교 위에서 시각장애가 있는 젊은 여성이 점자책을 더듬으며 부르던 '아베마리아'는 프라하의 어떤 유물보다도 더 소스라치는 전율을 줬다. 물론 문화와 관광은 불가분의 관계는 아니다. 이왕이면 돈벌이가 되는 문화가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부산의 상황은 어떤가. 조선소를 바라보고 기름띠를 가르며 들어오는 연안여객터미널의 선박들, 황량한 논밭으로 볼품없는 돌벽을 넘어 날아드는 김해공항의 비행기들. 그리곤 한없이 이어지는 철길-램프-다리, 또 철길-램프-다리. 왠지 부산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삭막하고 초라해 보인다.

그런데 곰곰이 부산을 뜯어보면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세계의 어느 항구도시에 뒤지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드넓은 태평양과 바다위로 작렬하는 태양을 한껏 느낄 수 있다. 황령산 봉수대에서 바라보는 광안리의 야경은 세계 3대 미항으로 손꼽히는 시드니나 리우데자네이루, 나폴리보다 몇 배는 더 아름답다고 자부한다.

세계의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또 북항재개발이나 부산시민공원 조성 등의 인프라 사업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여기에 '문화'를 더해야 한다. 먼저 섬처럼 존재하는 기존 문화시설에 '융·복합과 편의'란 설탕을 바를 필요가 있다. 금정문화회관이나 부산문화회관 등이 도심 내의 외딴 섬으로 있으면서 단순히 예술 행사를 치르는 대관장에 그치게 해선 안 된다.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판매소와 테마 거리, 소극장 등 다양한 즐길 거리를 더해 시대 변화와 젊은이의 욕구 등을 아우르는 '융·복합 플라자'로 만들어야 한다. 도시 곳곳에서 음악·무용·미술·연극 등 각종 문화공연이 마르지 않는 샘처럼 끊이지 않게 해야 한다. 또 중앙동 '또따또가'나 감천2동 '마추픽추'처럼 부두와 공항 주변 등에도 문화의 옷을 입히는 시도들을 할 필요가 있다. 산과 강, 바다가 어우러진 천혜의 환경을 가진 부산에 이처럼 '문화의 옷'을 입힌다면 머지않아 부산은 세계 1등의 도시가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