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7월 말 동해와 서해에서 한·미 합동 대(對)잠수함 훈련을 실시한다고 한다. 동해와 서해에서 훈련을 하되, 주(主) 훈련 수역(水域)은 동해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7함대 소속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號)도 동해 쪽 훈련에만 참가하기로 했다. 당초 한·미는 북한천안함 폭침에 대응하는 의미로 6월 말 또는 7월 초에 서해에서 연합훈련을 실시할 방침이었다. 중국 외교부와 인민해방군은 노골적 반대 또는 위협적 언사(言辭)를 총동원하면서도 자신들은 동(東)중국해에서 실탄 훈련을 실시했다. 이 상황에서 한·미는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훈련 수역을 바꿨다.

중국은 지난 9일 유엔 안보리(安保理)의 천안함 의장(議長)성명 문안에 북한 소행임을 명기(明記)하는 것을 막았고, 천안함과 관련이 없다는 북의 거짓 주장을 집어넣는 데 주역 노릇을 했다. 이런 움직임은 중국이 북한의 명실상부한 후견인(後見人)으로 등장했고, 앞으로 북한의 행동과 진로(進路)가 중국이 직·간접적으로 설정한 범위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강력한 증거다.

미국과 중국은 한국의 안보와 경제에 가장 중요한 비중(比重)을 가진 나라다. 미국은 지난 60년간 한국 안보의 기축(基軸)이었고, 중국이 노골적으로 북한의 후견인 역할을 자처하고 나설수록 한·미 동맹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2009년 한·중 교역 규모는 1409억여달러로, 한국의 대미(對美)·대일(對日) 교역량을 합친 것보다 많다.

중국은 2008년 미국발(發) 금융 위기 이후 세계 무대에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주요 국가로 떠오르면서 과거와 달리 공세적 대외(對外)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는 세계 질서를 좌지우지하는 두 강국 미국과 중국을 얼마나 현명하고 효과적으로 상대하느냐에 달려있다.

과거 노무현 정권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자'를 자처했다가 미국의 분노와 중국의 냉소(冷笑)를 불러왔다. 일본 민주당 하토야마 정권이 미국을 벗어나 다시 아시아로 돌아오겠다는 탈미입아(脫美入亞) 실험도 실패로 막을 내렸다. 한국이 한·미 동맹을 섣불리 흔들었다가는 일본의 설익은 실험을 따라하는 꼴이 되고 만다.

그렇다고 해서 동북아 정세(情勢)를 '한·미·일 대(對) 북·중'이란 냉전적 구도로 되돌아가게 해선 안 된다. 이런 구도가 고착화되면 한반도 평화와 안정, 더 나아가 통일을 향한 길은 험난할 수밖에 없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때론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대한민국의 앞을 가로막는 벽(壁)이 될 것이란 사실이 천안함 사태를 통해 입증됐다. 이제 중국을 통해서 북을 움직이는 방안에만 의존해 온 대한민국 외교의 전략과 전술을 총체적으로 재검토해 볼 때가 됐다. 지금처럼 중국을 움직여 북한을 변화시키는 길이 막혀 있다면 북한을 변화시켜 중국을 움직일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남북관계에 변화를 불어넣어야만 북한이 중국에만 기대서 연명(延命)하려는 현재의 북·중관계에 틈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 틈이 다시 남북관계의 또 다른 변화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결국 '북·중 동맹의 벽'을 넘어설 열쇠는 남북관계에 있다. 문제는 우리 정치가 이런 남북관계의 국제정치적 배경을 국민에게 납득시킬 수 있는 설득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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