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그동안 논란을 빚은 서해상 연합훈련을 동·서해상에서 동시에 실시하되 미 항모 등 핵심 전력(戰力)은 동해 훈련에 참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은 중국의 반발과 한·미 양국 정부 및 군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타협안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을 크게 자극하지 않으면서 한·미 양국 정부와 군의 체면 및 입장을 살리는 방안을 찾은 것이다.

중국 정부가 지난 8일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한·미 연합 서해 군사훈련에 반대한다고 공식 선언하는 등 공식 반대 입장을 밝힌 터여서 중국이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항공모함 전단(戰團)을 서해 훈련에 참가시키는 것은 미측에서 부담스러워 했다고 정부 소식통은 전했다. 중국은 작전 반경이 1000km에 달하는 미 항모 전단이 평택 인근까지 북상할 경우 중국 동북 해안은 물론 내륙 지역의 각종 군사시설 및 무기의 주파수 정보 등 각종 정보를 수집할 것으로 우려해 왔다.

그래픽=유재일 기자 jae0903@chosun.com

특히 미 항모에 탑재된 E-2C 조기경보기는 수백km 밖까지 날아가 반경 350~400km 이내의 각종 항공기 등의 움직임을 추적 감시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을 제외하곤 미 항모가 서해에 출동해 훈련을 벌인 적이 매우 드물었다는 점도 중국이 예민한 반응을 보인 이유 중 하나다. 이번 훈련에 참가할 것으로 알려진 미 7함대 소속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9만7000t급)는 지난해 10월 극히 이례적으로 군산 인근 서해상에 출동해 해군 2함대와 함께 북한 특수부대 해상 침투 저지 연합훈련을 벌였고 이 모습이 일부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다.

중국의 반발이 집요하고 거세지만 그렇다고 서해 훈련을 취소하기엔 우리 정부와 군의 기존 입장 및 체면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지난 5월 24일 합동 기자회견에서 대북 제재 방안의 하나로 서해 한·미 연합훈련을 실시하겠다고 공식 발표했고 그 뒤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은 서해 훈련에 미 항모도 참가할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었다. 서해에서 훈련을 하지 않고 동해에서만 할 경우 중국의 압력에 굴복해 서해 훈련을 취소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이런 타협안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서해 훈련은 당초 천안함 폭침사건에 따른 대북 군사 제재 수단으로 출발했지만 안보리 대북 제재 추진 및 중국의 반발과 맞물려 복잡한 정치외교적 사안이 되면서 우여곡절을 겪어 왔다. 한·미 군당국은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으로 공식 확인된 직후인 지난 5월 말까지만 해도 북한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전한다는 차원에서 당초 6월 말~7월 초 실시키로 했던 연합 대(對)잠수함 훈련을 앞당겨 6월 8~11일 실시하기로 했었다. 한미연합사는 훈련 시작과 함께 훈련에 참가하는 미 항모 '조지 워싱턴'호를 언론에 공개키로 하고 기자들에게 통보까지 했다가 돌연 취소했다. 훈련도 사실상 무기 연기됐다. 한 소식통은 "당시 안보리 대북 제재안 상정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항모가 참가하는 서해 훈련이 중국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고 미 국무부 등이 판단해 뒤늦게 제동을 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 뒤 중국 정부와 군이 직·간접적으로 한·미 서해 훈련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이달 초 동중국해 실탄사격 훈련까지 이례적으로 공개하자 한·미 정부는 더 큰 부담을 갖게 됐다. 안보리 천안함 의장성명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미측이 중국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서해 훈련 카드를 활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리 군 당국은 당초 계획대로 서해에서 미 항모 전단이 참가하는 훈련을 강력히 희망했으나 양국 정부, 특히 미측이 신중한 대응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은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미 간에 입장 차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외교부나 국방부, 한·미 간에 입장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그건 대화하면 되는 것이고 구체적으로는 외교부끼리 양국이 토의할 것이 있고 구체적인 시기 등은 국방 당국 간에 해야 할 이야기"라고 말했다.

한·미 해상훈련은 아직도 양국 정부 및 군 수뇌부 간의 최종 조율 과정을 남겨두고 있으며, 조율이 지연돼 발표가 오는 21일 한·미 '2+2 회담'(외교·국방장관 회담) 때까지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이 '제국'에서 물러난다면 세계는 더 큰 위험에 빠질 것"
[유용원의 군사세계] 2007년 포항 앞바다서 한미 연합훈련 시작하는 미해군 강습상륙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