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결승에 나선 독일은 조별리그부터 8강전까지 무시무시한 화력을 보였던 그 독일이 아니었다. 힘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스페인에 0대1로 무릎을 꿇었다.

경기 분석 결과를 보면 독일이 스페인의 패스 플레이에 휘둘렸다는 것이 확연히 드러난다. 스페인은 90분 동안 731개의 패스를 해 590개를 정확히 연결했다. 81%라는 경이로운 성공률이었다. 독일의 성공률(75%)도 나쁘진 않았다. 하지만 패스 숫자가 스페인에 한참 밀린 589개(441개 성공)에 그쳤다.

특히 중원에서 스페인에 압도당한 것이 독일의 가장 큰 패인(敗因)이었다. 독일의 중앙 미드필더 3명(외칠·슈바인슈타이거·케디라)은 182개의 패스 중 142개를 동료에게 연결했다. 성공률 78%. 반면 스페인의 중원 3인방(사비·알론소·이니에스타)은 독일 미드필더들보다 90개나 많은 272개의 패스를 해서 216개(성공률 79%)를 정확히 전달했다. 중원을 통한 원활한 볼 배급에서 독일은 스페인을 당하지 못한 것이다. 요하임 뢰프 독일 감독은 패배 이후 "스페인은 완벽하게 공을 돌려가며 경기를 지배했다"고 말했다.

중원 압박에서도 독일은 스페인에 밀렸다. 팀 전체의 '뛴 거리'에선 독일(111.724㎞)이 스페인(109.335㎞)을 앞선다. 하지만 중앙 미드필더들의 뛴 거리를 비교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독일은 34.006㎞, 스페인은 35.23㎞였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스페인이 중앙선 부근에서부터 달려들다 보니 독일이 빠른 공격을 펼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독일로선 측면 공격을 이끌며 이번 대회 득점 공동 2위(4골)를 달리는 토마스 뮐러가 경고 누적으로 준결승에 나서지 못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