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제' 폐지에 나선 일부 진보 교육감들이 이번에는 다음주(13~14일)로 예정된 교육과학기술부 주관 전국 단위 학업성취도 평가(시험)를 학생과 학부모 선택에 맡겨 사실상 '무력화'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럴 경우 시험 미(未)응시자가 속출해 평가의 취지가 퇴색할 것이라고 교육계 관계자들은 말했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학력이 떨어지는 학교를 파악, 행정·재정 지원을 하고 기초 학력 미달학생들을 보충교육시키는 자료를 얻기 위해 이명박 정부가 도입했으나 전교조 등은 '줄세우기 일제고사'라고 공격해 왔다.

전교조 강원지부장 출신인 민병희 강원교육감은 6일 "학업성취도 평가 미응시 학생들에게는 대체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겠다"면서 "학업성취도 평가 준비를 위해 (다른) 교육 과정이 파행 운영되지 않도록 일선 교육청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16개 시·도 중 처음으로 교원평가제 규칙 폐지를 입법 예고한 김승환 전북교육감도 "학업성취도 평가는 학생들 선택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전북교육청은 최근 학업성취도 평가 미응시 학생을 위한 대체 프로그램을 마련하라는 공문(公文)을 일선 학교에 보냈다.

반면 서울시교육청은 "학업성취도 평가는 교과부 소관이기 때문에 교육감이 개입할 수는 없다"면서 "대신 시험 직전 단기간에 점수를 올리려는 파행 수업에 대해서는 철저히 장학 지도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기교육청도 "학업성취도 평가는 법으로 규정된 시험이므로 학생들이 치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08년 도입된 학업성취도 평가제도가 실시 3년 만에 난관에 부닥쳤다. 전북과 강원 등 진보 교육감들이 잇따라 '학생의 선택권'을 강조해 학교 현장에서 시험을 안 봐도 된다는 분위기가 확산될 수 있기 있기 때문이다.

초·중등교육법에 근거해 실시하는 학업성취도 평가는 전국의 모든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국어·영어·수학 등 3~5과목의 시험을 치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진보 교육감들은 이 평가를 '일제고사'라고 부르며 학교 간 서열화를 조장해 '경쟁 교육'을 심화시킨다고 비판해 왔다. 일선 학교들이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비한 문제풀이 수업에 나서 전인(全人)교육을 망가트린다는 비판도 했다. 지난 2008년과 2009년 학업성취도 평가 때는 전교조 등이 주도해 평가 거부운동을 벌였으며, 작년엔 전국에서 147명의 학생이 시험을 거부했다.

교과부 이대영 홍보담당관은 "교육 여건이 열악한 학교를 지원하기 위한 이 평가를 진보 교육감들이 거부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가는 학생들의 학력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고 뒤떨어지는 학생의 학력을 끌어올릴 의무가 있다"며 "이런 취지를 무시하는 진보 교육감들은 하위권 학생의 학력 신장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과부는 진보 교육감들이 학업성취도 평가를 거부하거나 학생선택권을 부여하는 방법으로 방해할 경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과부 관계자는 "진보 교육감들이 제도권으로 들어온 이상 법이 규정한 학업성취도 평가 기준을 그대로 따라야 하며 이를 어기면 심각한 직무 유기"라며 "법 기준을 어기는 교육감에겐 직무이행 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