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입체복합도시를 만들겠다던 인천 서구 가정오거리 일대 '루원시티' 사업이 흔들거리고 있다. 예산이 부족하고, 경기 침체로 사업성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8일 송영길 시장에게 이 사업에 대한 보고를 할 계획이어서 앞으로의 사업 방향에 대한 송 시장의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루원시티 사업은?
루원시티는 인구 3만여명이 살았던 서구 가정오거리 일대 97만2000㎡의 구도심을 모두 철거하고 아파트 1만1000여가구를 포함한 신시가지를 짓겠다는 내용이다. 인천시가 추진해 온 8곳의 도시재생사업지구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클 뿐 아니라, 입체도시라는 특성 때문에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가 함께 사업을 맡았으며, 2013년 말까지 끝낼 계획이다. LH가 벌이고 있는 토지·건물 보상작업이 현재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고, 지금까지 보상비만 1조6300억원이 쓰였다.
'루원(樓苑·LU1)시티'는 이 동네 이름인 '가정(佳亭)'을 살려 만든 이름으로, '아름다운 누각이 있는 정원도시'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사업의 핵심은 단지 가운데 만들려는 입체구간이다. 지하 3층 구조로 만들려는 이 구간에는 맨 아래층에 고속도로가 지나고, 지하 2층에는 인천지하철 2호선이, 지하 1층에는 환승터미널과 역사·상가가 들어서도록 설계돼 있다. 이 중 고속도로는 지금 있는 경인고속도로의 가정오거리와 가좌 인터체인지 구간 등 5.7㎞를 일반도로로 바꾸는 대신 지하에 새로 만들어 기존의 경인고속도로와 연결하려는 것이다. 시는 지난해 국토해양부와 협의를 해 5.7㎞ 구간을 일반도로로 바꾸는 대신 지하 고속도로는 정부 지원 없이 시가 예산을 마련해 만들기로 했다.
◆예산·사업성 없어 삐걱
문제는 이 지하고속도로 사업과 LH의 사업비 부담으로부터 시작됐다. 지하고속도로는 3500억원 정도의 사업비가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현재 인천시의 빚이 10조원(시가 만든 도시개발공사 빚 포함)에 이르고, 당장 급한 인천아시안게임 시설과 지하철 2호선 공사가 예산 부족으로 큰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시가 이 돈을 따로 마련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형편이다. 지금의 경인고속도로가 도시를 반으로 나눠놓는 등 문제가 없지는 않지만 당장 이를 없애고 지하에 새 고속도로를 만들어야 할 만큼 급한 사안은 아니라는 판단도 있다. 시는 이 때문에 지하고속도로 사업을 하지 않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국내 최초의 입체도시'라는 이 사업의 '명분'이 없어지고, 주민들과의 약속이 깨진다는 점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LH의 자금사정은 당장 급하다. 시와 공동사업자라지만 보상비 등 처음 사업비는 LH가 모두 내서 진행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이자 등 금융비용이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LH는 이미 보상비로 1조6300억원을 썼다. 이에 대한 이자 부담만도 적지 않은데, 계속되는 경기 침체로 이곳에 지을 아파트나 상가 등이 뜻대로 분양될 가능성도 낮아 사업을 계속 해야하는 것인지 고민이 되는 것이다. LH 관계자는 "사업 초기에는 1200억원 정도의 적자를 예상했으나 그 폭이 점점 커져 최근에는 1조원대의 적자가 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며 "이럴 경우 공동사업자인 인천시가 손실의 절반(5000억원)을 떠맡아야 하는데 이게 가능하겠느냐"고 말했다.
여기에 LH가 현재 안고 있는 수십조원대의 빚 문제까지 겹쳐 최근 LH는 내부적으로 이번 루원시티 사업 내용을 재검토하고 있다. LH는 또 인천시에 돈이 많이 드는 입체구간을 최소화하고, 팔릴 가능성이 별로 없는 24만여㎡의 상업용지를 다른 용도로 바꿔 처분할 수 있게 해 줄 것을 요구할 방침이다.
결국 이 사업의 운명에는 이 같은 요구에 대해 송 시장이 어떤 판단을 내리고 추진해 나갈지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