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4일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사건에 대해 "신속하고 철저하게 진상을 밝히고 위법 사실이 드러날 경우 엄중 문책하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필요하다면 검찰 수사를 통해서라도 의혹을 투명하게 조사하라는 뜻"이라고 했다.

문제가 된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은 비교적 쉽게 진상을 밝혀낼 수 있는 사안이다. 이 지원관이 대통령 비방 동영상을 블로그에 올린 민간 기업인을 조사한 것은 '공직사회 감찰'로 한정돼 있는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직무 범위를 벗어난 일이다. 영장(令狀)도 없이 이 기업인의 회사를 뒤져 장부를 가져간 것이나 이 회사와 거래하는 은행에 압력을 넣은 것 모두 불법이다. '선진화'를 국정 과제로 내건 정부 입장에서도 이런 의혹이 나오기 무섭게 즉각 의혹을 규명하고 단호하게 책임을 물었어야 했다.

그러나 정부는 민주당이 지난달 21일 이 사건을 폭로한 직후 이 지원관을 대기발령했을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야당이 연일 "이 정권의 첫 권력형 게이트"라고 몰아세워도 제대로 된 해명도 내놓지 못했다. 청와대·총리실 관계자들조차 "이 지원관 문제는 요즘 가장 중요한 국정 현안"이라고 했다. 이번 사건이 겉으로 드러난 것처럼 단순히 공무원 한 사람의 권력에 대한 과잉 충성이 빚어낸 불법 사찰 의혹 차원을 넘어서는 대형 사건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 지원관은 대통령 고향인 포항·영일 출신 공직자 모임인 '영포회' 소속이라고 한다. 정권 출범 첫해인 2008년 11월의 영포회 송년모임에는 정권 실세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참석했고 이 자리에서 "이렇게 물 좋을 때 고향을 발전시키지 못하면 죄인이 된다"는 발언이 나와 물의를 빚었었다. 영포회는 "이인규 지원관은 고향이 경북 영덕으로 정식 회원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관가(官街)에선 이번 사건이 대통령과 동향(同鄕)인 인적 네트워크에 속한 사람들이 저질러온 월권(越權)의 일부라고들 말하고 있다.

총리실에 공직사회 감찰기관으로 공직윤리지원관실을 둔 것은 이 정권이 촛불사태로 홍역을 치른 직후인 2008년 7월이다. 그러나 이 조직은 형식상 총리실 산하일 뿐 실제론 청와대에 직접 보고해 왔다고 한다. 민주당은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국세청 고위간부의 비리를 적발해놓고 덮어버리는 등 사실상 공무원 조직의 감찰과 인사(人事) 등을 주물러온 친위대적 성격의 비선 조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인규 지원관은 이 조직의 핵심 인물이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임기 후반에 성공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려면 무엇보다 공무원 조직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번 기회에 영포회를 비롯한 대통령과 동향인 인적 네트워크를 둘러싼 논란을 정리하지 않으면 공무원들이 이 정권에 등을 돌리는 상황을 맞을지 모른다. 이것은 검찰 수사를 통해 이인규 지원관의 불법 여부를 밝혀내는 것보다 더 크고 중요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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