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미국에서 첫선을 보인 아이폰 4는 3일 만에 170만대가 팔려나가면서, 애플 CEO 스티브 잡스의 말대로 "애플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제품 출시"가 됐다. 애플은 이전 모델인 아이폰 3G 판매 이래, 전 세계 휴대폰 소비자들의 관심을 한순간에 '스마트폰'으로 돌려놓았다.
그러나 이렇게 창의적으로 휴대폰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놓은 기업에도 '결함'은 인정하기 어려운 것일까. 시판 초부터 소비자들이 잇따라 제기한 '수신 불량(不良)' 불만에 대한 애플사와 잡스의 답변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소비자들의 불만은 아이폰 4의 왼쪽 하단 모서리를 손으로 감싸고 통화를 하게 되면, 갑자기 수신 강도(强度)를 나타내는 상단의 막대기(bar) 숫자가 뚝 떨어지고 통화가 끊긴다는 것이었다. 여러 IT 전문 웹사이트들이 이 문제를 제기하자, 잡스의 애초 답변은 이랬다. "그렇게 쥐지 마시오."
아이폰 4의 보이지 않는 안테나는 바로 휴대폰의 가장자리를 감싼 스테인리스 스틸에 있다. 결국 이 스테인리스 스틸을 손으로 잡아 수신 기능을 떨어뜨리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어서 애플사가 보다 공식적으로 내놓은 답변은 "휴대폰의 왼쪽 코너를 잡을 때 이 메탈 밴드의 양쪽 바깥을 둘러싼 검은 부분을 모두 잡지 않도록 하라" "시중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아이폰 커버를 이용하라"였다. 소비자들에게 휴대폰 쥐는 습관을 바꾸라는 식이다.
불만이 가라앉지 않자, 잡스는 "온통 소문일 뿐이니 진정하라" "당신이 있는 곳의 수신 강도가 낮을 것"이라고 했고, 지난달 28일 한 소비자의 불만 이메일에는 "수신 문제는 전혀 없다. 기다려 보라"고 답했다. 미국의 IT 웹사이트와 언론에선 잡스를 조롱하는 보도가 쏟아졌다. 심지어 "좀 여유를 가지시오. 그저 휴대폰일 뿐인데 그렇게 흥분할 필요 없다"는 잡스 명의의 가짜 답신까지 그럴 듯하게 인터넷에 퍼져 소비자들을 열받게 했다.
애플사는 2일 자사 웹사이트 공식 답변을 통해서는 프로그램 잘못으로 수신 강도를 나타내는 막대기가 원래 2개만 나와야 할 곳에서도 4개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 탓에 소비자가 원래 수신 상태가 나쁜 지역에 있으면서도 수신 강도가 높다는 '착각'을 일으키고 애플에 통화불량 민원을 제기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소프트웨어적인 결함은 아이폰 4만 아니고, 이전 모델인 아이폰 3G·3Gs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타사 제품과는 달리 아이폰 4의 경우 안테나 부분이 직접 손에 닿을 수밖에 없는 데서 비롯된 근본 문제점은 슬그머니 수신 강도 측정 소프트웨어의 오류로 바뀌었다.
그러나 이동통신 네트워크가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에서도 아이폰 3G 사용자들 사이에 "통화가 자주 끊긴다"는 말은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이달 15일 구글의 OS(운영체계)인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폰 '드로이드 X'를 출시하는 모토로라사는 최근 "우리 제품은 이중 안테나 디자인을 갖췄으니, 편한 대로 휴대폰을 쥐세요"라는 광고를 시작했다.
도요타 자동차가 2007년부터 제기됐던 브레이크 체계상의 문제점을 묵살했던 것이 결국 기업에 어떤 재앙을 초래했는지는 모두가 안다. 아이폰 4 출시 이후 애플이 보여온 반응도 뭔가 비슷한 부분이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