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베탕쿠르(사진 왼쪽), 사르코지 대통령.

세계 1위 화장품 회사 로레알의 대주주 모녀 간 갈등에서 비롯된 '베탕쿠르 사건'이 정치 스캔들로 비화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사건 관련 재판이 1일 처음 열렸으나, 베탕쿠르의 탈세 및 불법 정치자금 제공 의혹을 제기하는 녹취록이 새 증거물로 채택되면서 재판이 무기 연기됐다.

베탕쿠르 사건은 재산문제를 둘러싼 모녀 간 갈등에서 비롯됐다. 재산 규모가 170억 유로(약 25조원)로 프랑스 최고 여성 부호인 로레알의 대주주 릴리안 베탕쿠르(Bettencourt·87)는 지난해 자신의 전속 사진사인 프랑수아 마리 바니에(Banier·63)에게 예술품·현금·부동산·보험증서 등 10억 유로(1조5000억원)에 달하는 재산을 증여했다.

베탕쿠르의 외동딸이자 로레알 임원인 프랑수아즈(57)는 "바니에가 고령으로 정신이 혼미한 어머니를 속여 재산을 가로챘다"며 사기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파리 근교 낭테르 법원은 1일 바니에 사건에 대한 재판을 열었으나, 새 증거물인 녹취록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재판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결정했다. 새 증거물은 베탕쿠르가 재산관리인과 집에서 나눈 대화를 녹화한 테이프와 녹취록으로 딸인 프랑수아즈가 베탕쿠르의 집사로부터 넘겨받아 검찰에 제출했다.

이 녹취록엔 ▲베탕쿠르가 프랑스 정부의 탈세 조사를 피해 스위스은행에 예치했던 8000만 유로(약 1200억원)의 현금을 싱가포르 등으로 빼돌렸고 ▲사르코지(Sarkozy) 대통령과 에릭 뵈르트(Woerth) 노동장관(당시 예산장관) 등 유력 정치인들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해 왔으며 ▲뵈르트 장관의 부인이 베탕쿠르의 재산관리회사에 임원으로 일했다는 사실 등이 담겨 있다.

또 최근엔 2008년 3월 뵈르트가 예산장관으로 있을 당시 베탕쿠르가 국가로부터 3000만 유로(450억원)의 세금을 돌려받았다는 사실이 새로 드러나 뵈르트 장관이 궁지에 몰렸다. 세골렌 루아얄(Royal) 전 사회당수 등 야당 정치인들은 "베탕쿠르 사건은 사르코지 정부가 '부패 정권'이라는 점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며 연일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

그러나 뵈르트 장관은 정치헌금은 법정 한도 내의 합법적인 것이었고, 세금 환급 문제는 자신이 간여한 바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명문 MBA스쿨을 나와 컨설팅회사에서 일하다 정치인으로 변신한 뵈르트 장관은 사르코지 대통령이 가장 신임하는 각료로 사르코지의 정치자금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