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감독 중 처음으로 월드컵 16강을 이끈 허정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자리에서 물러난다. 허 감독은 2일 오전 대한축구협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분간 재충전 시간을 갖고 공부하겠다"며 "협회의 차기 인선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7년 12월부터 대표팀을 맡은 허 감독의 임기는 이번 월드컵까지였지만 16강 진출에 성공하면서 대한축구협회는 허 감독의 유임을 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허 감독은 물러나는 쪽을 택했다. 축구 대표팀을 맡은 지난 2년6개월 동안 정신적·육체적 피로가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허 감독의 고사(固辭)에는 가족의 반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허 감독의 부인 최미나씨 등은 한국의 16강이 확정됐을 때도 축구협회 게시판 등에 '허무 축구' '허접 축구'라는 내용의 인터넷 악플(악성 댓글)이 계속 이어지자 감독직 유임을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팬들의 '냄비 속성'에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허 감독도 이날 회견에서 "인터넷 댓글을 안 본 지 10년이 넘었다"면서도 "인신공격성이 지나친 것이 많아 가족도 힘들다. 문화가 바뀌었으면 한다"고 말해 이런 분위기를 풍겼다.
대한축구협회는 7일 기술위원회를 열어 차기 감독문제를 논의한다.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홍명보 올림픽팀 감독은 "지금은 2012년 런던올림픽에 전념할 때"라며 선을 그은 상태이다. 협회 고위 관계자는 "모든 것을 원점에서 검토하겠지만 지금은 국내파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고 말했다. 허 감독과 호흡을 맞춘 정해성 대표팀 코치도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