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경(女警) 창설 64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30일 여러 분야에서 전문가로 뛰고 있는 여경 4총사가 모였다.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 앞에서 만난 이들은 여성 경찰관으로서 사는 어려움과 보람에 대해 얘기했다.

강력계 터줏대감인 마포서 박미옥(42) 경감은 "'재수없게 여경에게 잡혔다'고 비아냥거리는 피의자나 '능력 있는 남자 경찰을 불러 달라'는 민원인보다 더 자존심 상하게 만드는 건 '부하 직원들이 말은 잘 듣냐'고 묻는 상사들"이라고 했다.

‘여경의 날’을 맞아 각 분야의 여경 4인방이 경찰청에 모였다. 왼쪽부터 경찰청 수사국 강은경 경위, 마포경찰서 박미옥 경감, 교통순찰대 이서은 경사, 서울경찰특공대 박아름 순경. 사이드카는 이서은 경사가 몰고 왔다.

박 경감은 경찰생활 22년 중 17년 9개월을 강력범 검거에 몸담았다. 검거에 두각을 나타내 순경에서 경위까지 9년 만에 초고속 승진했다. 서울경찰청 여자기동수사대 반장을 처음 맡았고, 마약·강력팀장과 프로파일링(profiling·범죄심리분석) 팀장도 지냈다. 지난 2월 마포서 강력계장에 부임한 그는 6개 강력팀과 마약팀 형사 35명을 지휘하고 있다.

172㎝의 탄탄한 체격과 눈빛이 상대를 압도한다. 조폭 두목을 '기싸움'으로 제압하기도 했다. 지론은 '팀원의 기(氣)가 모이면 범인의 칼도 멈춘다'는 것. 박 경감은 "남녀 경찰관의 다른 성향을 조화롭게 활용하면 수사능력에 시너지 효과를 가져오는 것 같다"고 했다.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강은경(29) 경위는 2007년부터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요원)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범인 손목에 '철컥' 수갑을 채우는 일도 보람있지만, 사건 해결에 결정적 단서를 주고 도전할 분야도 넓은 프로파일링의 매력이 만만치 않다"고 했다. 현재 국내 분석요원 41명 중 29명이 여성이다.

서울경찰청 교통순찰대 이서은(28) 경사는 이날 1450㏄ 할리데이비슨 사이드카를 끌고 왔다. 국빈을 영접하는 의전행사나 순찰 때 사용하는 '셋마'(바퀴가 셋이라서 붙은 별명)다. 남자들도 끌기 힘들다는 사이드카지만 그는 가볍게 핸들을 다룬다. "부럽게들 쳐다보는 시선이 좋아요. 기동 경호업무 전문가가 되고 싶습니다."

서울경찰청 특공대의 신참 박아름(24) 순경도 자리를 함께했다. 태권도 2단, 유도와 특공무술 1단으로 어릴 적에 헬기 강하 훈련을 하는 특수요원 모습에 반해 경찰이 됐다. 그는 "최후에 웃는 자가 되겠다"며 주먹을 쥐어 보였다.

우리나라는 1946년 7월 1일 미 군정청 경무부에 여자경찰과가 신설되면서 여경 역사가 시작됐다. 첫해에 64명이 배출됐고, 현재는 6600여명에 이른다. 순경 이상 직업경찰관 10만명 가운데 6~7% 정도다.

1일 여경창설 기념행사에서 경기북부 조폭 4개파(派) 143명을 검거한 고양서 박수진(34) 경장 등 3명이 '으뜸 여경대상'을 받으며 1계급 특진했다. 성폭력·성매매 사범 210명을 적발한 광주경찰청 원스톱기동수사대 김정희(28) 경장, 강력범 등 93명을 검거한 거제서 장승포지구대 양송이(27) 순경도 특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