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수사국(FBI)가 자국에서 활동하던 러시아 스파이 11명을 전격 체포했다. 이중 안나 채프먼(Chapman·28)이라는 여성 사업가는 화려한 미모로 단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스물여덟살 이혼녀인 채프먼은 수년 전부터 뉴욕에서 비밀공작 활동을 해왔다. 겉으로는 온라인 부동산회사 CEO(최고경영자)로 행세했지만, 실상은 러시아 대외첩보부(SVR)에서 체계적 훈련을 받은 비밀 정보요원이었다.
채프먼이 미국의 유력 인사들과 친분을 쌓은 비결은 '파티'였다. 채프먼은 자신의 성적 매력을 활용, 뉴욕 맨해튼의 각종 파티 자리에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붉은 머리에 푸른 눈동자를 지닌 그녀는 주변인들에게 "억만장자 아니면 창녀"라고 불렸다.
값비싼 드레스와 킬힐을 신은 채프먼은 상류층만 드나드는 배타적인 레스토랑과 고급 클럽을 드나들며 사교계의 거물로 활동했다. 채프먼을 자주 목격한 한 모델은 “저속하지 않은 방법으로 남자들을 적절히 유혹했다”며 “고급 사교클럽에서 만난 중년의 신사와 따로 데이트하는 장면도 봤다”고 말했다.
그녀는 소셜네트워킹(SNS) 웹사이트 ‘페이스북’에 파티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에는 채프먼이 칵테일 드레스 차림으로 담배를 물고 있는 모습 등이 포함돼 있다. 이에 미국 언론들은 “007 영화 시리즈에 ‘본드 걸’로 캐스팅될 정도의 빼어난 미모를 가진 스파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채프먼은 저명한 경제학자인 누리엘 루비니(Roubini) 뉴욕대 교수의 페이스북 친구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루비니 교수는 “대규모 파티에서 그녀를 한두 번 본 적이 있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만난 일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채프먼은 수집한 정보를 1주일에 한번씩 보고서 형식으로 전송했다. 그녀는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맥북으로 커피숍 밖에 있는 러시아 관리에게 와이파이 네트워크를 이용해 데이터를 전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텍스트메시지를 숨기는 스테가노그래피(Steganography) 암호기술도 썼다. 다른 첩보원들과 접선할 때는 암호 차원에서 잡지를 들고 있도록 사전 지령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채프먼의 스파이 생활은 FBI의 수사로 꼬리를 잡혔다. FBI는 “채프먼은 고도로 훈련받은 러시아 스파이로 (빼어난 미모를 활용해) 미국 정부 관리들과 사업가들을 유혹했다”며 “그녀가 최근 러시아로 갑자기 출국하려고 해 서둘러 사건을 세상에 공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