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 발표됐던 세종시 수정안이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세종시는 9개월만에 원안인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유턴한다. 이에 따라 그동안 백지화 위기에 처했던 중앙 부처 이전이 재추진될 전망이다. 다만 수정안의 핵심이던 삼성 등 대기업 유치가 불투명해지면서 자족 기능 확보를 위한 대안 마련이 필요해졌다. 정부는 일단 지난 2005년 제정된 특별법에 따라 행정복합도시 공사를 계속할 방침이지만 수정안 논란으로 청사 신축 등 공사가 중단된 만큼 당초 2012년부터 이전하기로 했던 부처 이전 계획도 변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부처 이전 재추진…기업 유치는 불투명

세종시의 원안인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은 충남 연기군과 공주시 일대 297㎢(예정 지역 73㎢, 주변 지역 224㎢)를 국고 8조5000억원 등 22조5000억원을 투자해 2030년까지 행정 중심의 복합 기능을 갖춘 자족도시로 건설하는 것이다. 핵심은 수도권에 있는 중앙 부처를 옮기는 것이다. 당초 청와대와 전 부처 이전이었지만 수도 이전 위헌 판결로 청와대와 외교통상부·통일부·법무부·국방부·행정안전부·여성가족부 등은 이전 대상에서 빠져 이전 대상 기관은 9부2처2청에 36개이다. 정부 관계자는 "부처 이전과 대상 기관이 확정되는 데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만 큰 틀에서 원안대로 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세종시 수정법안이 부결된 29일 충남 연기군 세종시 건설현장의 모습. 지난해 9월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세종시는 원안인‘행정중심복합도시’로 건설될 전망이다.

원안은 중앙 부처가 이전하면 자연스럽게 주변 지역 개발이 탄력을 받고, 기업 등 다른 기관도 들어와 세종시가 충청권의 중심 도시로 활성화될 것이란 전제를 깔고 있다. 이를 위해 원안은 주택 20만가구에 인구 50만명을 상정해 놓고 있다. 물론 행정 기능만 있는 건 아니다. 대학교와 연구소, 박물관·공연장, 방송국, 30만평 규모의 산업단지 등 자족 기능도 들어 있다. 그러나 원안에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나와 있지 않다. 당시 원안 수립에 참여했던 전문가도 "인구 50만명이란 그림만 그렸지 구체적인 안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원안에서 부족한 자족 기능 확보가 향후 큰 숙제가 될 전망이다. 문제는 수정안이 부결되면서 세종시에 투자하기로 했던 삼성·한화·롯데 등 대기업이 즉각 계획을 백지화겠다고 나선 것. 이들 기업은 세종시에 4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었다. 이들 기업은 "원안에는 공장을 지을 땅도 없고, 투자할 인센티브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정안은 기업 유치를 위해 원형지 공급 방식으로 땅값을 파격적으로 낮출 계획이었다. 서울대·고려대 등 대학교 캠퍼스 이전과 과학비즈니스벨트도 성사가 불투명해졌다. 사업 기간도 원안은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개발하는 데 반해 수정안은 2020년까지 집중 개발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행정 부처 이전 예상보다 늦어질 듯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7월 20일 착공된 세종시는 1단계(2007~2015년), 2단계(2015~2020년), 3단계(2020~2030년)로 나뉘어 진행될 예정이었다. 현재 전체 공정률은 사업비 기준으로 22조5000억원 중 6조700억원이 집행돼 27%를 보이고 있다. 광역도로 건설과 공공 건축 등 기반 시설에 1조원(11.7%)이 투입됐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용지 보상과 기반 시설 설치 등에 5조700억원(36.2%)을 쓴 상태다.

세종시 수정 논란으로 일부 공사가 중단된 상태. 현재 가장 빨리 진척되는 사업은 1-1구역에 들어설 총리실 청사. 수정안에서 과학비즈니스벨트 본부로 바뀌기도 했지만 현재 골조가 올라가면서 28%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오송~세종시, 대전~세종시 등 일부 광역도로 공사도 수정안 논란에 관계없이 예정대로 공사가 이뤄져 왔다.

문제는 원안의 핵심인 부처 이전에 필요한 청사 신축. 원안은 청사 건립비 1조2000억원, 토지매입비 4000억원 등 총 1조6000억원(2003년도 불변가격)을 투입해 2008년 착공해 2012년부터 행정기관 입주를 시작하고 2014년까지 이전을 모두 마무리하는 것으로 짜여 있다.

그러나 총리실 청사를 제외하고 나머지 부처 청사는 아직 착공조차 하지 못한 채 빈 땅으로 남아 있다. 정부 관계자는 "당초 올 하반기에 모든 청사를 착공할 계획이었지만 현재로선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당초 예상보다 입주가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